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9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임기가 대부분 종료됐거나 만료 시점을 앞두고 있다. 새 정부가 에너지·기후 정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인선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교체 절차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관가에서는 하마평이 잇따르고 있으나 공식 절차는 제한적으로만 가동되고 있다.

에너지공단, 한수원 인선 시작

한국에너지공단이 가장 먼저 인선 논의를 시작했다.

후보로는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수석부위원장(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 유휘종 전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신부남 공단 기후행동이사가 거론된다. 다만 최 부위원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수시장 출마 여부가 변수로 거론된다.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과 연결돼 공단장 인선은 조직 운영뿐 아니라 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황주호 사장 사퇴 이후 후임 선임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후보군으로는 박원석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 박기영 전 산업부 2차관 등이 알려져 있다.

원전 정책과 관련한 여러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차기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의 "굴욕 원전 계약" 문제를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이 제기한 만큼 난제를 스스로 풀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누가 되든 신임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후임 사장 인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 향후 원전 산업 생태계를 위해 한국과 미국의 원전 동맹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여야 한다는 관련 업계 목소리도 상당하다.

석유공사·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도 교체 국면 진입

대한석유공사는 김동섭 사장의 임기가 9월 종료됐으며, 후임 공모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는 최연혜 사장의 임기가 12월 8일 종료될 예정으로 신임 사장 초빙 공고가 먼저 나왔다.

에너지안보와 자원수급을 담당하는 기관이어서 정부 기조와 조화를 이루는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정용기 사장의 임기가 이달 28일 끝나며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이 완료된 상태다.

전력거래소는 5월 정동희 이사장이 퇴임한 이후 후임 선임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이 검토되는 과정에서 산업부와 대통령실, 전력 공기업 간 조율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러 후보가 언급되고 있지만 시장 중립성 논란과 전력사와의 이해관계 조정 문제가 존재해 최종 결정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공기관 인사를 묶어 조정하는 방식이 유지되면서 거래소 이사장 선임 시점도 함께 밀리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전·한전KPS·가스기술공사 인사는…

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취임해 임기가 내년 9월까지다. CEO 교체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으나 한전 인사는 전력 그룹 전체 정책 조정과 연결돼 계열사의 기관장 임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한전KPS 김홍연 사장은 2021년 6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으며, 지난해 6월 임기가 종료된 후 공모를 개시해 12월 주주 총회에서 허상국 전 한전KPS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산업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지 못해 김 사장이 1년 넘도록 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전KPS 노조는 지난 5월 “신임 사장 내정자의 임명 지연으로 글로벌 전력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 신규 사업 수주를 공격적으로 할 수 없어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는 ‘국민신문고’에 신임사장 임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여러 차례 올렸다. 한전KPS 내부 관계자는 "신임 사장의 임명이 지연되면서 리더십 부재로 중대재해 등 안전사고가 최근 5년간 2배로 증가했고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회사 경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 역시 지난 3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은권 전 국회의원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권 교체 이후 산업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가 정리되지 않으면서 취임이 반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들린다. 이 전 의원이 야당 출신 인사(국민의힘 대전시당 위원장)라는 점과 전체 에너지 공공기관 인선을 한 번에 조정하려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이전 정권의 이사회에서 의결된 인사라도, 대통령 재가가 남아 있다면 새 정부가 이를 무시하거나 보류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취소 후 법적 분쟁, 재공모, 인사 지연, 임시 직무대행 체제 유지 등 임명 보류가 장기간 지속되면 이재명 정부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산하기관 9곳 모두 교체 시기 진입… 전체 인선은 향후 조율에 달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로 논의되는 9개 기관은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대한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전력거래소,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한국가스기술공사다.

이들 기관 상당수가 교체 국면에 들어갔지만 새 정부가 에너지 정책과 조직개편을 함께 검토하는 단계여서 인사 진행 속도는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정책 방향과 공공기관 기능 재정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따라 본격적인 기관장 교체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