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의 멤버이자 작곡가, 화가, 그리고 스스로를 "시를 노래하는 사람"이라 부르는 종합예술인 김창훈. 그가 지난 11월 15일, 시노래 1000곡이라는 긴 여정의 끝에서 첫 솔로 콘서트 무대에 섰다. 천 개의 시, 천 번의 작곡. 숫자만으로도 숨이 차오르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장을 기록하는 자리였지만, 공연장을 감싼 공기는 달랐다. 환대였다. 필경, 환대가 되는 밤이었다.

거암아트홀은 그날, 비어 있었다. 무대 장치도, 화려한 조명도 없었다. 오직 기타 한 대와 목소리, 그리고 스크린에 떠오른 시인들의 언어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 텅 빈 무대는 가득 찼다. 시와 노래, 그리고 마음만이 존재하는 밤이었다. 

“시와 음악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환대합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 공연의 첫 숨을 열었다. 무대 중앙에 조용히 선 김창훈은 관객을 향해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창훈입니다. 시와 음악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환대합니다.

현란한 공연이 많은 시대지만, 오늘 이 공연을 선택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날 공연은 박수 없는 콘서트였다. 박수 대신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음악과 시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한 구절 한 구절은 관객의 가슴에 더욱 선명하게 가 닿았다.

"박수를 못 치시니 답답하셨죠? 대신 마음으로 박수 쳐 주세요."

<해질녘>(채호기), <그러나 애인은>(정숙자), <좋겠다>(고운기), <해남 가는 길–어머니>(박병두), 산울림 형 김창완이 쓴 <용서>까지. 총 25편의 시가 100분 동안 물결처럼 흘렀다.

"4년 전 봄, 글감을 찾다 시를 만났습니다. 시노래 작업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한 분 시인에게 한 곡, 그리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것!

1000곡은 오로지 시의 은혜였습니다."

 무대 위 김창훈

“오늘이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2부 무대. 그는 노래를 멈추고 무대 뒤 스태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보이지 않는 손길 덕분에 공연이 움직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시노래 1000곡을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을 떠올리며, 그는 감회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시에세이집, 앨범, 그림 전시, 그림 에세이… 모두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많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산울림 형 김창완 

그날 무대에는 형이자 동료인 김창완도 올라왔다. 동생을 향한 그의 말은 짧고 단단했다.

"창훈이는 늘 마라톤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옆에서 물 한 잔 건네는 사람입니다."

3부에서 김창훈은 가장 깊은 고백을 꺼냈다.

"언론인들이 묻습니다. 좌절이 없었냐고요.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시는 글로 된 보석이고, 시노래는 그 보석을 빛나게 하는 일입니다.

오늘 이 공연이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같습니다."

1000번째 시노래, 이어령의 <정말 그럴 때가>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지막 곡은 송유미 시인의 <당신, 아프지마>였다. 당부처럼, 축복처럼.

공연을 마치고 — 김창훈의 말

김창훈은 23편의 시노래와 산울림 시절 자신의 곡 '독백', '회상'까지 총 25곡을 통째로 암송하며 불렀다. 악보도 없었다. 모든 것이 그의 몸 안에 새겨져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일주일 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선을 다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관객 여러분들은 매진으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걸로 공연은 완벽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는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여정을 예고했다. 2026년 한 해 동안 전국의 문학관을 찾아 시노래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매일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 감각을 다듬으며, 그림을 그릴 것이다. 산울림 데뷔 50주년을 맞아 형제와 함께 기념 싱글과 앨범을 제작하고, 개인 솔로 앨범도 작업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속, 시를 노래하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새로워지겠습니다."

그날의 공연에는 거대한 장치도, 화려한 효과도 없었다. 그러나 시와 음악이 있었고, 침묵과 호흡이 있었으며, 인간의 마음이 있었다.

마침내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환대가 된 밤.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그 문장은 증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