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던 민희진 전 어도어(현 ooak 설립) 대표의 질책 발언을 재판부가 일부 인정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61단독 정철민 판사는 지난달 16일 민 전 대표가 서울고용노동청을 상대로 제기한 과태료 불복 약식재판에서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을 상당 부분 인정하며 감액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는 민 전 대표가 지난 3월 노동청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사건에 대한 판단이다.

판결문을 보면, 민 전대표는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A씨를 포함한 3인의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A씨를 질책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판결문에는 민 전 대표가 사용한 "밥통", "띨띨", "푼수 같은 소리", "X한심", "멍청", "초딩", "염치가 없다" 등 표현이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발언 중 일부는 A씨가 "죄송하다"고 사과한 이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대표 측은 해당 표현들이 조롱이 아닌 친근한 표현을 통해 업무 태도를 지도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의 혼잣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친근한 표현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A씨를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문제 제기된 4가지 사례 중 나머지 2건에 대해서는 "질책 과정에서 (고발인의) 기분이 상했을 수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과태료 산정에서 제외했다.

다만 민 전 대표가 정식 재판을 청구함에 따라 현재 과태료 부과 결정의 효력은 일시 정지된 상태다.

판결문이 공개되자 민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책 표지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작품은 선정적인 황색언론이 한 개인의 인생을 파괴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는 책으로, 민 전 대표의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 전 대표는 전 직원 A씨와 관련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직원 A씨는 지난해 8월 월간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민희진이 사실관계 정정을 한다면 멈추려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8월 14일, 두 번째 입장문을 올릴 때부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민 대표가 사실관계 정정을 한 다면 멈추려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8월 18일, 부대표로부터 사과 취소 내용을 전달받고 고소 협박을 당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 법적 조치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월간조선은 어도어 전 직원 A씨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왔다. A씨는 이번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현명한 판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월간조선은 민 전 대표 측 변호사에게 관련한 내용의 반론을 받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차후 민 전 대표측의 입장이 전달되면 이를 후속 기사에 반영할 것이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