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해외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북 방송의 존재 이유를 문제 삼는 발언을 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북 방송을 왜 하느냐, 쓸데없는 일”이라며 “지금은 인터넷만 검색하면 필요한 정보는 다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단파 방송을 해야 하느냐, 예산만 낭비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철천지원수'로 남북관계를 규정하면서 대화와 접촉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며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 사이에서도 비상연락망이나 핫라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른손으로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악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남북은 완전히 단절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군이 운용하던 확성기 방송을 멈추도록 조치했으며, 민간 단체의 전단 살포 활동에 대해서도 제재를 강화했다. 그 후 국가정보원이 반세기 동안 이어온 대북 라디오·TV 송출 사업 역시 전면적으로 종료시킨 바 있다.

북한 인구의 99.9% 이상이 인터넷 비연결 상태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보 차단 환경을 감안하면 대북 방송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북한은 일반 국민이 외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대표적인 폐쇄 국가다. 데이터리포탈(DataReportal)의 'Digital 2024 Global Report'에 따르면 2024년 초 북한 인구의 99.9% 이상이 인터넷 비연결 상태이며, 인터넷 사용자는 1000 명 미만으로 추정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집계한 ‘인터넷 이용률’ 항목에서도 북한은 0%로 기록된다. 또한 대북 전문매체 데일리NK는 ‘Digital 2024 Global Report’를 인용해 실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인구가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연구기관 종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민은 외부와 단절된 내부망(‘광명’)만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 요약본, 생활 정보, 일기예보 등을 대북 방송을 통해 접하며 외부 세계를 처음 인식했다고 설명한다. 대북 인권 관련 단체 관계자는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였다”며 “송출 중단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11일부로 군의 확성기 방송 중지를 명령했으며, 8월 4일 국방 당국이 접경지역에 설치된 확성기 장비를 순차적으로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 장비는 2024년 6월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 사건 이후 다시 가동된 적이 있었다. 정부는 중단 결정의 배경으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소음 피해 해소를 들었다.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재점화

대북 정보 공급 통로를 둘러싼 논의는 2020년 말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제정 당시에도 첨예한 갈등을 불러왔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을 살포할 경우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했다.

당시 주요 쟁점은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 침해 우려 ▲모호한 법 조문과 적용 범위 ▲남북 합의 범위와의 불일치 ▲국제사회 반발 등이었다. 실제로 전단 활동으로 인한 사망·부상 사례가 없음에도 형사처벌이 도입된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의회는 청문회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고, 국제인권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북 인권 활동 단체들은 법 시행 이후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전한다. 대북 라디오, USB 콘텐츠, 종교 자료 등을 북한으로 보내는 활동을 해온 한 시민단체 대표는 “법 제정 이후 공개적인 후원 요청조차 어려워졌다”며 “북한에 전달되던 외부 정보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대북 방송 중단과 전단금지법 도입은 남북 관계뿐 아니라 대북 인권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의 실제 정보 접근 상황을 기반으로 정책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실효성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