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관련 조사 조직(TF) 가동과 강도 높은 인사 태풍이 진행되면서 공직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재명 정부는 일단 '내란 책임 확인'과 '적극 행정'이라는 두 가지 방향을 언급하고 있지만 공무원 집단 내부에 불안감, 신중 모드, 관망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월 16일 SNS에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이라는 표현과 함께 “설마, 벌만 주던가 상만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겠지요?”라고 글을 올렸다. 이는 처벌 중심도, 보상 일변도도 아닌 균형 잡힌 원칙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의 내란 조사 TF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상황과 연계되면서, 대통령 발언이 공무원 사회를 과도한 압박 분위기로 몰아가지 않기 위한 예방적 성격인지, 아니면 정치적 해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언어적 장치인지를 두고 관가에서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조사·감찰·인사, 삼중 흐름 속 불확실성 확대

정부는 11월 1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을 의결했다. 

TF의 검토 대상은 대통령 직속 기관과 독립기관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 49곳이며, 대상 인원은 약 75만 명에 달한다. 각 기관은 11월 21일까지 TF를 설치하고, 내년 1월 31일까지 검토 절차를 종료한 뒤 2월 13일 전후로 인사 관련 조치를 진행하는 일정이다. 또한 제보 창구 운영이 의무화되면서 내부 구성원들이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읽힌다.

정부 측에서는 이번 절차가 “이전 정부에서 진행됐던 적폐 청산과는 과정과 취지가 다르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으나, 일선 기관에서는 “방식은 변했지만 체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 역시 나오는 상황이다.

권력과 정책 집행을 맡는 주요 조직의 인사 움직임도 주목된다. 경제부처 일부에서는 이전 정권의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력이 향후 배제될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고공단 승진 대상자 일부가 명단에서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과장급까지 변화의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실용성 중심 인사 기조에서 정치적 해석이 섞인 인사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군 조직에서는 중장급 장군 20명의 보직 재편이 진행되었다. 국방부는 이번 조치가 “최근 10년 안에 가장 큰 규모의 변동”이라고 설명했으며, 앞서 지난 9월에 대장급 교체가 있었던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인사 변화가 이어지면서 세대 교체, 지휘 체계 안정화, 다양성 확대 등의 해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경찰 조직에서도 총경 및 경무관급 인사 시점이 재조정되면서 내부 구성원 사이에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내란 조사 일정과 인사 발표가 겹칠 수 있다는 우려, 수사 경력 보유자의 배치 문제, 특정 라인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가능성 등이 거론되며, 인사 시기 지연이 예측 불가성을 부추긴다는 견해가 있다.

11월 17일 자 YTN 뉴스 캡처.

◇목표는 명확하지만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도 존재

정부가 언급한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내란·월권·명령위반 등과 같은 비위 여부를 명확하게 점검해 조직의 기본 규범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도다. 또한 성과에 착안한 인사 체계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행정 문화를 자리 잡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세대와 전문성을 겸비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직 효율을 높이겠다는 방향성이다.

다만 정책의 동시 실행 가능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놓고는 관가와 정책 전문가 그룹 사이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한 중앙부처 고위 관계자는 “조직 내 조사·감찰 기제가 강화되면 공직자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행정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성과 장려 정책과 충돌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기자와 통화한 또 다른 중앙부처 관계자는 “책임 규명과 적극 행정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성을 이해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위축과 도전’이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여서 이론적으로도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사 재편 전략과 관련해서도 변화의 속도가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한 관가 간부급 인사는 “빠른 인적 재정비는 체감 성과를 만들 수 있지만, 구성원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개혁과 위험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 “정무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과도기적 모델”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정책 관련 자문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국책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책 효과는 조직 반응과 인사 기준 공개 시점에 달려 있다”며 “실질적 성과가 검증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은 과제는 ‘예측 가능한 인사 운영’

현재 관전 포인트는 정책 추진 속도보다 인사 체계에 대한 “신뢰 확보”라는 시각이 있다. 인사 원칙에서 상벌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거나 사례별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인사는 능력 확인 수단이 아닌 신호 해석의 도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책임과 혁신의 동시 추진”이 공직사회 안정과 정책 성과로 연결될지, 혹은 과정의 피로만 누적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향후 인사 기준 공개 범위, 평가 방식, 제도 운영 리듬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