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근 지방공항 운영성과와 신규 공항 계획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가가 예산을 대부분 떠안고, 지방정부는 수혜 중심으로 참여하는 기존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식 제기된 뒤다.

보고 내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지방공항 14곳 중 9개 공항이 2024년 영업 기준 적자 상태이며, 규모는 무안(-195억), 양양(-185억), 울산(-165억), 여수(-164억), 포항경주(-132억), 광주(-68억), 사천(-61억), 원주(-43억), 군산(-39억) 순으로 제시됐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효과는 지방에 남지만, 비용 부담은 국가가 독점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한 것은 중앙-지방 간 개발 책임 분담 원칙을 재설계하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회의 이후 기획재정부, 국토부 등 관련 부처는 사업 추진 방식과 운영 비용 책임 구조를 재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새만금 공항, 정책·법적·환경적 리스크가 한꺼번에 등장

최근 논란의 중심은 새만금 국제공항이다. 행정법원은 지난 9월 건설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내리며 “경제적 이득이 제한적이고, 조류 충돌·습지 훼손 등 환경 리스크가 큰 수준”이라고 명시했다. 

예타 면제 사업이라는 점 또한 법원과 감사원 모두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이다.

감사원이 지난 9월 23일 공개한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울릉·흑산·새만금 공항은 향후 장기간 운영돼도 건설비 회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릉공항은 –3621억 원, 흑산공항 –993억 원, 새만금공항 –3553억 원 수준의 순현재가치 손실이 예상된다는 보고서가 대표적 근거다.

관가의 문제 인식: ‘수요’보다 ‘정치’가 앞섰다

국토부 등 정부 부처에서는 오래전부터 지방공항 사업을 두고 “정책이 아닌 정치가 설계한 인프라”라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공항시설법상 개발.건설 비용은 국가 책임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정치적 이미지 효과를 누리면서도 재정적 부담은 최소화한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부각돼 있었다.

특히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빈번히 적용되면서, 재무성 검토 및 수익 모델 확보가 제도적으로 약화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손익 중심 판단은 위험하다”는 반대 논리도 동시에 부상

관가 일각에서는 공항을 판매·영업 시설로만 판단하면 국가 전략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의견도 공유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도 가능하다.

첫째, 지방공항의 역할은 단순 여객 수송인가?

둘째, 재난·국방·의료후송·물류기지 기능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셋째, 수도권 집중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는데 “비용 가치만 계산하면 지방은 계속 건조되는가”?

즉, ‘적자=불필요 공항’이라는 도식은 국가균형발전·접근성 확보 전략을 배제한 과도한 회계주의 접근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개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재무성 기준만으로 지방공항 문제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해외 사례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다수의 공항을 지었으나, 여러 연구에서 다수의 지방공항 운영 효율성 지표가 낮고, 실제 승객 수요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흔했다는 평가가 확인된다. 해당 연구들은 공항 건설만으로는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한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가 “지역별 공항 분산 설치=수요 자동창출”이라는 인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캐나다는 61개 공항이 국가 경제활동과 고용 유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내며, 특히 의료·교육·물류·투자 유치 영역에서 수익으로 환산되지 않는 편익을 강조한다.

즉, 캐나다는 공항을 ‘수익사업’이 아닌 ‘필수 기반시설’로 분류하며, 거버넌스에 지역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모델을 운영한다.

“논쟁의 쟁점은 공항이 아니라 기준이다”

지방공항 문제는 건설을 멈출 것인가의 논의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 설계 문제라는 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적자를 이유로 지역 인프라를 중단시키는 순간, 국가 균형체계는 다시 수도권 중심으로 수렴될 수 있다.

반면 경제가 아닌 정치에 의한 무리한 공항 건설 추진은 또 하나의 재정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표심, 지방개발 요구, 재정 부담, 환경 이슈, 국책 인프라 기능 등 이 모든 요소가 함께 고려된 ‘공항 기준 개편’이 이제는 관가의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