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능 국어가 유난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특히 10~13번은 금속공학을 다룬 지문이어서 생소하게 느낀 수험생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넘은 기자인 저도 여러 번 지문을 읽어봤지만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수험생들이 겪었을 어려움에 공감하고 싶어 문제를 직접 풀어봤습니다. 매일 텍스트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지만, 비문학 지문은 여전히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위의 지문에 나오는 문장들 요약해 보았습니다.

11번은 추론 내용이 적절하지 않은 것을 묻는 질문입니다.

① 선형 열팽창 계수가 음수인 물질에 열을 가하면 길이가 줄어든다.→ 열을 받으면 팽창하는 물질(양수)이 압도적으로 많고, 열을 받으면 오히려 수축하는 물질(음수)은 극히 예외적입니다. 예를 들어, 비록 얼음이 음수는 아니지만 얼음에 열을 가하면 어떻게 되나요? 길이, 부피가 모두 줄어들겠죠. 맞는 말이에요.

② 온도에 따라 길이 변화가 작아야 하는 부품에는 알루미늄보다 인바가 더 적합하다. → 인바는 알루미늄에 비해 매우 작은 선형 열팽창 계수를 갖는다고 했어요. 다시 말해 온도를 아무리 가해도 길이 변화가 적다는 의미죠. 역시 맞는 말이에요.

③ 두 물질을 접합하여 두 층으로 이루어진 띠를 만들고 온도를 내리면 선형 열팽창 계수가 작은 물질 쪽으로 휜다.→ 이중 금속띠가 있다고 했을 때 선형 열팽창 계수가 크면 더 많이 휘고 더 많이 수축한다는 전제를 생각하면 됩니다. 머리에 확 안 들어오지만 온도를 내리면 선형 열팽창 계수가 큰 물질 쪽으로 수축되지 않을까요? 틀린 문항 같아요.

④ 열팽창으로 길이가 늘어난 두 물체의 길이의 변화량이 같다면 팽창 전의 길이가 더 긴 물체의 길이 변화율이 더 작다.→ 말이 꼬여서 헷갈려요. 몇번이고 다시 읽었어요. 열팽창 이전과 이후의 길이 변화가 같다고 전제할 때 팽창 전후의 변화율이 적어야겠지요. 맞는 표현 같아요.

⑤ 한쪽 끝이 고정되고 길이가 다른 평평한 두 띠가 동일한 곡률로 휘었다면 길이가 긴 띠의 끝의 이동 거리가 더 길다. → 상식적인 말 같아요. 금속 띠에 열을 가했을 때 띠의 길이가 더 길면 더 많이 휘지 않겠어요? 그런데 동일한 곡률로 휘었다고 했어요. 길이가 긴 띠가 끝까지 가기 위해 더 긴 경로를 따라 이동해야 하니 맞는 표현 같아요. 그래서 정답은 3번.

12번은 적절한 내용을 찾는 문제입니다. 

①T0에서 T1로 올렸을 때보다 T0에서 T2로 올렸을 때, a와 b 모두 외부에 가할 수 있는 힘이 소멸되는 시점의 곡률은 더 크겠군. → 맞는 말입니다. T2에서 a, b 모두 움직여 물체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으니 힘이 소멸되는 시점의 곡률이 더 큽니다.

②T0에서 T1로 올렸을 때, a와 b 각각의 휨이 멈춘 시점에서의 a의 곡률 반지름은 b의 곡률 반지름보다 작겠군. → 조금 헷갈리는데, 문제 10번 지문에서 곡률 반지름 부분을 보면 원 안의 반지름이 크면 덜 휘지만 반지름이 작으면 그 만큼 휨 정도가 크다고 했어요. <곡률은 이 곡률 반지름의 역수이다. 즉 곡률 반지름이 작을수록 더 심하게 휘어진 것이다.>라고 적혀 있잖아요. 생각해 봐요. 대형 버스가 원 모양의 로터리를 돈다고 떠올려보면 로터리(원)가 크면 대형 버스가 회전할 때 덜 휘어진 느낌이 늘겠죠. 반면 로터리가 아주 작으면 어떻게 될까요. 버스가 회전하기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따라서 곡률 반지름이 작을수록 더 휘어진다고 볼 때, <보기> 지문에서 T0에서 T1로 올렸을 때 집게 B만 물체를 잡을 수 있다고 했으니 b의 곡률 반지름이 더 작다(더 휜다)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a의 곡률 반지름은 b의 곡률 반지름보다 작다’는 문장은 틀립니다.

③T0에서 T1로 올렸을 때, A와 B 각각의 동작이 멈추는 데 걸린 시간이 서로 같았다면 b의 반응 완료 시간이 a보다 짧겠군. → <보기>에서 보면 온도를 T0에서 T1로 올렸을 때 B만 물체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으니 b의 휨이 더 컸다는 점을 상기하면 반응 완료시간은 b가 a보다 길겠지요.

④T0에서 T2로 올렸을 때, a의 최대 이동 거리가 b보다 더 크겠군. → T2로 온도를 높였을 때 더 많이 휘는 쪽은 b일 수밖에 없습니다. b가 더 많이 휘니 이동 거리도 많겠지요? 그런데 A의 이동 거리가 B보다 크다고 했으니 틀렸어요.

⑤B와 달리, T2가 되어야 A가 물체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a가 b보다 휨 민감도가 크기 때문이겠군. → 휨 민감도가 크다는 말은 더 많이 휜다는 뜻인데 <보기>에서 a보다 b가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고 했으니 틀린 표현이 됩니다. 따라서 정답은 ①입니다.

13번 문제는 단어의 의미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2번 문제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길이로 나누어 ⓐ얻은 값, 띠는 원래 모양으로 ⓑ돌아온다에서 '얻은', '돌아온다'의 의미를 묻는 질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얻다'는 ‘구하던 것을 받거나 가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또 '돌아온다'는 원래 모습으로 ‘복구한다, 다시 온다’는 의미입니다.

①'근사치를 얻었다',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지문에 있는 '구한다', '복구한다'와 같은 의미로 보입니다.

②'용기를 얻었다', '차례가 돌아온다'에서 '얻다'는 용기나 보람 따위를 가지게 된다는 뜻이고, '돌아온다'는 차례나 순서가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③'결과를 얻었다', '먼 길로 돌아왔다'에서 '얻다'는 지문에 나오는 의미와 같아 보입니다. 또 '먼 길로 돌아왔다'에서 '돌아오다'는 뜻은 '먼 길로 둘러서 오다'는 뜻입니다. 북구한다는 의미와는 다르죠.

④'보람을 얻었다', '한번씩 돌아온다'에서 '얻다'는 ②의 뜻과 같이 '보람이나 용기를 얻다'는 뜻이고, '한번씩 돌아온다'는 차례나 순사가 찾아온다는 의미입니다.

⑤'자신감을 얻었다', '돈이 몫으로 돌아왔다'에서 '얻었다'는 ②의 뜻이고, '돌아왔다'는 뜻은 차례나 순서가 돌아온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래서 정답은 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