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49개 부처에 ‘헌법 존중 정부혁신 TF’를 가동한 뒤, 관가의 공기는 말 그대로 굳어졌다. 

표면적으로는 내란 가담자 색출이지만, 실제 관가에서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정권은 누가 적(敵)인지부터 재정비하려는 것 아니냐.” “헌재서도 가리지 못한 내란 프레임을 행정부가 먼저 선 긋는 건, 기준을 자기들이 정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말이 하루에도 여러 번 오간다.

위험선이 모호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내란의 사전 모의·실행은 법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이번 TF가 규정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은 행정업무 전반을 포괄하는 표현이다.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만약 어떤 부처가 당시 상황을 파악하느라 윗선과 통화했고, 그 내용이 정치적으로 불리하게 해석되면 어떻게 되나. 그 자체가 내란 협조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단순한 ‘과한 반응’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조사 내용을 인사혁신처에 저장해 향후 승진·보직 배치에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관가에서는 이를 ‘보이지 않는 인사 장치’를 새로 만드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어느 부처의 한 사무관은 “징계를 못 줄 정도의 사안이라도, 향후 인사에서 배제할 근거는 남겨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했다.

이번 조치의 정치적 맥락도 간단치 않다. 관가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직설적인 권력 신호”라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시기부터 이어진 고위직 라인, 한덕수·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서 역할을 한 핵심 관료들까지 모두 조사 대상이 된다. 이는 곧 “권력에 가까웠던 관료들의 줄 세우기를 다시 짜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 국장급 공무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숙청과 충성도 검증이 되풀이되는데, 이번엔 그 강도가 유난히 세다”고 했다.

제보센터 설치는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관가에서는 이를 “내부 고발의 제도화”로 읽는다. 익명성은 분쟁을 막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책임 없는 폭로’의 길을 열어준다. 한 실무자는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제보가 들어왔다고 보고만 올라가도 이미 평판이 끝난다”고 했다. TF가 ‘확인해 보겠다’는 한마디만 해도, 해당 공무원은 실질적 인사 리스크에 직면한다.

사실 인사철마다 내부 폭로, 익명의 투서가 빈번한 것이 관가의 냉혹한 현실이다. 한 사무실을 쓰는 동료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능력이 오히려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부 고발의 제도화는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휴대전화 제출 문제도 정무적으로 민감하다. 정부는 “자발적 제출”이라고 강조하지만, 비협조 시 직위해제와 수사 의뢰 가능성을 함께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강제 조사다.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대부분 계엄 발표 직후 상황 파악과 지시 확인을 위해 상급자와 통화했다. 그 기록이 공개되면 상급자의 대응, 부처 내부의 판단까지 모두 외부에 드러난다”며 “최소한의 신뢰 기반이 산산조각난다”고 했다.

이번 조치가 내년 2월까지 이어지면, 그동안 간부급 인사가 멈추고 정책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부처에서는 보고 라인이 길어지고 결재 속도가 느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부처의 고위직은 “이럴 때 ‘적극행정’을 할 공무원은 없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대통령실이 같은 날 공직사회 활력 제고안을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당직실 폐지, 재택 당직 확대, 성과급 상향 등 공무원 달래기용 정책이 즉시 뒤따랐다. 관가에서는 이를 “압박과 보상의 동시투입 전략”으로 본다. 한 고위공무원은 “하루에 두 메시지를 동시에 낸다는 건 ‘우리는 칼도 들고 있고, 당근도 있다’는 정치적 신호”라며 “정권이 관료조직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첫 단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관가의 시각을 종합하면 이번 TF는 단순히 내란 연루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이는 새 정부가 관료제 전체를 재배열하기 위한 ‘1차 정무작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누가 안전지대를 벗어날지, 누가 새 권력의 내부로 흡수될지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사실상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관가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조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조사에 따라 새로 그려질 ‘권력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