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7일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끝까지 간다'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검찰 개혁ㆍ사법 개혁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과거의 조국을 묻고, 새로운 조국으로 국민 앞에 다시 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결정이 ‘재기의 출발선’이라기보다 ‘정치적 부담의 재점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겉으로는 ‘조국 2기 체제’의 출범이지만, 실제로는 조국이라는 인물의 정치적 한계가 다시 부각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국민의힘 한 TK 의원은 “조국이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은 결단이라기보다 위험 감수에 가깝다”며 “정치적 피로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존재감으로 돌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와 엇박자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의 맨 앞자리에 서는 순간, 과거의 그림자가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비대위원장 시절에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당대표가 되는 즉시 그 상징은 책임의 무게로 바뀔 수 있다. 당의 모든 언행과 선거 결과, 인사 결정이 ‘조국의 판단’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며, 과거의 수사, 재판, 가족 논란이 다시 공론장에서 회자될 여지가 크다. 조국은 스스로 과거를 넘어선 ‘다른 조국’을 말했지만, 대표가 되는 순간 ‘잊히는 조국’이 아니라 ‘되살아나는 조국’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는 조국 개인에게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제로(0), 기초단체장 반 토막”을 선언했지만, 이 발언은 전략이라기보다 상징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의 인력 풀이나 지역 기반을 고려하면 그 약속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며 “지방선거 구도를 이슈 하나로 뒤흔들 수 있다고 믿는 건 지나친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인재 영입이나 조직 결속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개연성도 존재한다. 선거가 패배로 끝날 경우 책임은 조국 개인에게 집중될 것이고, 그 결과는 ‘조국 2기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서 ‘조국 피로감’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다른 조국”을 내세웠지만, 대중의 귀에는 “또 조국이냐”는 피로한 반응이 먼저 돌아올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국이 다시 전면에 나오는 순간, 그를 둘러싼 이미지가 새로워지기보다 과거의 논란이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가 내세우는 개혁의 언어가 신념이 아니라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국이 강조하는 ‘새로운 항해’는 일부 국민에게 이미 한 차례 침몰한 배의 재출항처럼 보일 여지도 있다.
조국혁신당은 다시 조국 개인의 궤도 안으로 흡수될 개연성이 높다. 새 인물과 리더십이 필요할 시점에 조국이 다시 전면으로 복귀하는 것은 변화보다는 반복으로 비칠 수 있다. 창당 초기부터 ‘조국 개인당’으로 인식되어 온 이 정당이 또다시 1인 중심 구조를 강화할 경우, ‘혁신당’이라는 이름이 ‘상징용 간판’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의 구조는 사실상 개인 팬덤에 기초한 조직”이라며 “조국이 당 대표로 복귀하면 그 한계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관계는 향후 조국혁신당의 명운을 가를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조국은 “흡수합당은 모욕적 상상”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는 동시에 정치적 고립을 심화시킬 개연성을 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국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부정하며 독자 노선을 택하는 건 자존심의 문제일 수 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고립의 신호”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 민주당 지지층 일부와 겹치는 만큼, 두 당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경우 세력 확장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합당을 추진할 경우 정체성이 희석될 우려도 존재한다. 이처럼 어느 쪽으로도 쉽게 나아가기 어려운 ‘정치적 진공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출마는 도약이라기보다, 또 한 번의 자기 반복으로 귀결될 여지가 있다. 조국은 스스로를 새로 쓰겠다고 하지만, 그 문장은 이미 익숙한 문법 안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한 인사는 “조국의 이름은 여전히 강렬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이름이기도 하다”며 “이번 출마는 정치적 재기의 무대라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조국의 귀환’이 아니라 ‘조국 이후의 정치’일 수 있다. 이번 도전이 정치적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자기 함정으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조국의 이름은 다시 평가대 위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찬사보다 냉정한 심판의 가능성이 더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