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뉴욕포스트》"2050년 인간은 의자에 앉은 채 멸종한다" : 월간조선

의자는 문명의 상징이었다. 농부는 서서 일했고, 장인은 무릎을 꿇고 도구를 다듬었다. 그러나 사무실의 인간은 의자 위에서 살아간다.

앉는 일은 편안함의 표현이었지만, 이제는 병의 서막이 되었다.

10월 31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미국 《뉴욕포스트》가 공개한 한 장의 이미지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공지능(AI)이 그려낸 ‘2050년 인간’의 얼굴이었다. 이름은 샘(Sam). 그는 우리였다.

프랑스 헬스테크 기업 위워드(WeWard)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를 모아, AI에 ‘좌식생활을 이어간다면 인류는 어떻게 변할까’를 물었다. AI는 25년 뒤의 인간을 그렸다. 그 결과물은 차갑고, 섬뜩했다.

굽은 어깨, 돌출된 복부, 부어오른 다리, 건조한 피부, 빠져버린 머리카락…. ‘샘’의 몸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방치해 온 습관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AI는 그를 ‘움직이지 않는 인간’, “The Sedentary Dead”라 불렀다. 살아 있으나 움직이지 않는, 앉아 죽어가는 인류의 은유였다.

“움직이지 않는 문명, 생각도 굳어간다”

의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하루 8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심혈관 질환, 당뇨, 우울증, 암의 발병률이 두 배 이상 높다. 파리의 운동생리학자 클레망 듀발 박사는 “인간의 근육은 걸음과 함께 진화해왔다”며 “앉아 있는다는 것은 퇴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AI의 ‘샘’은 이 퇴화의 종착점이었다. 그의 목은 화면을 내려다보다 굳었고, 허리는 구부러졌다.

손가락은 스마트폰을 쥐느라 뒤틀렸고, 눈동자는 푸른빛 블루라이트에 타들어갔다.

움직임의 결핍은 단순한 자세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하는 방식, 느끼는 감정의 범위까지 좁히는 문명의 자기감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연결’되기 위해 더 오래 앉는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세상을 펼쳐 보이지만, 우리의 신체를 점점 접어버린다. 지하철의 거울창에 비친 현대인의 자세는 거의 동일하다. 목은 앞으로 기울고, 어깨는 말리며, 손가락은 화면 위를 더듬는다. AI가 예언한 2050년의 인간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위워드는 “이번 프로젝트는 공포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직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샘’의 얼굴은 단순한 과학적 경고가 아니라,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움직이지 않는 인간’은 과연 인간인가? ‘움직임이 없는 지능’은 과연 생명이라 할 수 있는가?

문명은 걷는 자의 것이었다

인류의 진화사를 돌이켜보면, 걷는 행위는 곧 문명이었다. 수렵민이 걸어가며 도구를 만들었고, 철학자는 아테네의 거리에서 걸으며 생각했다.

예술가들은 발로 여행했고, 시인들은 발자국으로 시를 썼다. 그러나 현대인은 더 이상 걷지 않는다. AI가 보여준 2050년의 인간은 그 ‘잃어버린 발자국’의 형상이다. 의자에 앉은 인간은 이제 자기 몸의 노예가 되었다.

AI가 그린 경고의 초상

‘샘’의 모습은 과학적 예측이라기보다 문명의 자화상이다.

AI는 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었을 뿐인데, 그 결과는 거의 종교화(宗敎畵)에 가깝다. 거북목은 고개 숙인 기도의 자세를 닮았고, 비만한 복부는 탐욕의 상징처럼 부풀었다.

AI의 창조물은 어쩌면 인간이 스스로 만든 디지털 신(神)에게 바치는 ‘현대의 성화(聖畵)’인지도 모른다.

영국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이를 두고 “AI가 인간에게 보여준 가장 불편한 거울”이라 평했다.

미국 《뉴스위크》는 “AI가 제시한 ‘샘’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인간을 확대해 보여주는 렌즈”라고 했다.

“움직임이 생명의 최소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