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사진=조선DB
기획재정부가 내년 1월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부처 위상 강화를 위한 조직 확대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9월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2026년 1월 2일부터 현 기획재정부는 예산 기능을 전담하는 기획예산처와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로 나뉜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되며 예산편성과 재정관리 등을 담당한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정책, 세제, 국고 기능을 맡고,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한다.
이번 개편으로 기재부는 예산 기능 분리에 이어 금융정책 흡수마저 무산되면서 '경제사령탑' 역할이 크게 축소됐다.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되지만,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로 분리·개편되는 데 그쳤다.

1999년 1월초 과천 정부종합청사 재경부 건물 모습.
'국고실·조정실' 승격 검토, "예산·금융 없는 조정 기능, 누가 따르나“
31일 관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각 실·국 주무 사무관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조직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국고국의 국고실 승격과 정책조정국의 정책조정실 확대 방안이 집중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만난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처 분리로 축소된 조직의 균형을 맞추고, 경제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했다. 다만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필요한 실장급 신설이 한 번에 두 자리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부 반응은 차갑다. "예산 배정권도, 금융정책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정책조정실을 만든다고 타 부처가 따를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조정 기능을 축소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 기재부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예산 심의권과 금융정책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국무조정실과 역할이 중복될 뿐 실질적 조정력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개편으로 신설되는 재정경제부는 세제, 거시경제정책, 대외경제, 국고 등 제한된 기능만 담당하게 된다. 정책 수단이 세금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세제청'이나 다름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총리 타이틀은 유지하지만 실권 없는 명예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정책조정국의 실 승격만으로 타 부처를 설득하거나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8년 만에 복원되는 '3부 체제'…과거 실패 재현 우려
이번 개편은 1998년 김대중 정부 당시 도입된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금융감독위원회 체제를 약 18년 만에 되살리는 것이다. 당시에도 부처 간 칸막이와 정책 조율 비효율 문제가 심각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기획재정부로 통합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총괄 기능 강화"와 "작은 정부" 구현을 위해 3부 체제를 합친 것이다.
기재부 내부 의견을 전한 국회 기재위 관계자는 "과거 3부 체제에서 예산처와 재경부가 갈등을 빚으며 정책 추진력이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며 "당시와 달리 이번엔 금융 기능마저 제대로 못 가져와 조정력은 더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런 견해도 존재한다.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과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경제 관료들을 임기에 묶인 대통령과 국회가 제대로 통제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정책 추진력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예산·금융·세제가 한 곳에 집중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권한을 이관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예산 편성, 재정 관리, 경제정책, 세제 등 방대한 기재부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2026년 1월 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재부의 최종 조직 개편안은 이달 말 확정될 전망이다.
[용어 설명]
국고실: 국가 재정 집행과 국채 발행 등을 담당하는 부서. 현재는 '국' 단위이나 '실'로 승격 시 조직 규모와 권한 확대
정책조정실: 각 부처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역할. 예산권 없이는 실효성 논란
3부 체제: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금융감독위원회로 나뉜 1998~2008년 경제부처 구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