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궁중과 연회, 그리고 예술의 무대에서 활약했던 기생(妓生)이 현대의 미디어 아트와 AI 기술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대구 동성로 스파크랜드 3층 뮤씨엄에서 10월 18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기생, K-컬처의 숨은 뿌리〉는 기생을 단순한 역사적 인물로서가 아니라 한국 근대 문화의 뿌리를 형성한 예술가로 재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사학자이자 한국 근대사 자료 수집가인 이돈수 씨의 기획으로, 1890년대부터 1930년대 사이 제작된 희귀 근대 사진 163점, 현대 AI 아티스트의 재해석 작품 40점, 그리고 미디어 작가 6인의 영상 설치작품으로 구성됐다.

기생은 조선시대 국가 연회와 외교행사에 동원될 만큼 높은 예능 교육을 받은 ‘종합예술인’이었다.

그들은 시·서·화, 음악과 무용에 두루 능했으며, 신분 제약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전문직 여성 예술가로 자리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기생조합’ 제도가 도입되며, 그들의 예술적 정체성은 성적 이미지로 왜곡·폄하되었다. 

이돈수 기획자는 “20년 전만 해도 ‘기생’은 전시 주제로 꺼려졌지만 이제 젊은 세대는 기생을 한국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그들의 본래 예술성을 복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의 백미는 과거의 기록사진과 현대 AI 작가들의 창조적 상상력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AI는 근대 기생의 복식, 표정, 공간을 ‘현재적 미감’으로 재구성하며, ‘기생은 지금도 살아 있는 예술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해어화(말을 알아듣는 꽃)’라 불린 기생은 예술과 여성, 감성과 지성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이번 전시는 AI 기술을 통해 그 상징을 21세기적 언어로 번역해 관객에게 새로운 문화적 대화를 제안한다.

기생은 조선시대 여성에게 허락된 드문 사회 진출의 통로였다. 그들의 예술적 감각은 공연예술, 패션, 화장술, 언어미학을 발전시키며 오늘날 K-팝과 K-뷰티로 이어지는 한국적 미의식을 형성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문화적 계보를 ‘기생’이라는 키워드로 되짚는다. 전시 관람은 유료다. (일반 1만원, 청소년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