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재일에게 위촉한 신작을 공개했다. 정재일은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많은 사랑을 받은 미디어 콘텐츠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며 폭 넓은 음악세계를 보여준 인물이다.

23일 서울시향은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정재일과 서울시향이 협업한 '인페르노(Inferno)'를 선보였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취임 전부터 정재일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정재일이 ‘서울시향과 작업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화답하여 신작이 탄생하게 됐다.

정재일은 해당 곡을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밝혔다. 정재일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해 인간이 만들어가는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Inferno’ 곡의 첫 시작은 강력한 화음으로 시작된다. 소용돌이와 함께 혼돈으로 가득한 지옥의 풍경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후 이어지는 불협화음은 청자로 하여금 비극적인 절정에 도달하도록 돕는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음형이 잔잔한 물결처럼 펼쳐지며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음색의 밀도가 극적인 서사를 구현한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이사. 사진=고기정 기자

이날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서울시향의 미국 순회공연 일정도 공개했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 반응이 좋다. 무난하게 성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원들이 엄청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기념비적인 공연을 꾸미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얍 판 츠베덴 감독은 “정재일의 음악을 들어보면 충분히 재능이 있고, 그만의 음악 세계가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라며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그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싶었다. 흔쾌히 'yes'라고 응답해 주어 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신곡은 어떤 면에서는 엄청나게 어둡게 느껴지지만, 탈출구도 존재한다. 우리 사회를 담은 곡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재일은 “(얍 판 츠베덴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약간 긴장했었다. 서울시향은 훌륭한 음악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라고 솔직하게 답변하면서도 “그런데 얍 판 츠베덴 감독이 ‘네가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하셔서 자신감을 얻고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향이 선보이는 <2025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과 박재홍>은 9월 25~26일 이틀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서울시향 누리집과 콜센터를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공연 시간은 오후 8시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