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천주교 성인으로 추대된 카를로 아쿠티스(St. Carlo Acutis·1991~2006년)와 조르조 프라사티(St. Pier Giorgio Frassati·1901~1925년)는 어떤 인물일까.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그가 성인의 반열에 올랐는지 궁금해진다.

◆ 성 아쿠티스

카를로 아쿠티스는 1991년 5월 3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2006년 10월 12일 이탈리아 몬차에서 백혈병으로 15세 어린 나이에 선종한 소년이었다.

소설가 공지영이 《가톨릭신문》 최신호에 쓴 <나의 하느님 공부> 칼럼에 이 '평범하지 않은'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공지영 작가는 15년 동안 산 소년이 평소 한 일을 이렇게 적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기가 죽은 친구들 집으로 초대해서 밥 먹기, 왕따당하는 친구에게 말 걸기, 놀이터에서 장난감을 빼앗겨도 화내지 않기, 규칙을 어기는 친구에게는 화내기, 쓰레기 줍기, 버려진 동물 집으로 데려오기, 거리의 청소부에게 인사하며 안부 물어주기, 할머니에게 부탁해 후식까지 챙겨 노숙자에게 나르기, 신발을 한 켤레 더 사주겠다는 어머니의 청을 거절하며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와 달라 부탁하기, 사춘기 시절 예쁜 여학생에게 친구들이 휘파람을 불자 “소피아가 개야? 왜 휘파람을 부니?”라고 화내기. 

부유한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몇 벌이 없는 그의 옷을 가지고 친구들이 촌스럽다며 놀리자, 그는 정색하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하게 태어나. 명품이 뭐가 좋아? 모두 똑같이 생겼잖아. 남을 모방만 하다가 세상을 떠나면 좋겠니?”>

1991년 5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출생(이탈리아 부모)한 성 아쿠티스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신앙심을 보였고, 매일 미사와 묵주기도를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웹디자인, 영상 편집에 뛰어났으며, 이를 신앙 전파에 활용했다.

전 세계의 성체 기적(Eucharistic Miracles)을 조사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정리한 웹사이트를 제작했다. 지금도 그 웹사이트는 신앙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원본으로 태어났는데, 많은 사람이 복사본으로 죽는다.”라는 그의 말은 유명한 영적 격언으로 전해진다.

2006년 급성 백혈병(AML)으로 15세의 나이에 선종한 뒤 2018년 교황 프란치스코가 그의 ‘영웅적 덕행’을 인정, 2020년 시복식을 거행했었다.

왼쪽부터 성 아쿠티스와 성 프라사티

◆ 성 프라사티

성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St. Pier Giorgio Frassati, 1901–1925)는 1901년 4월 6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신문 <라 스탐파(La Stampa)> 발행인, 어머니는 화가였다. 활발하고 명랑했으며, 산악 등반·스키·수영 등 스포츠를 사랑했다고 한다.

매일 미사 참례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다. 묵주 기도·성체 조배 생활화, 가난한 이웃을 돕고 사회 정의를 위해 적극 활동한 평범하지 않은 학생이었다. 

급성 소아마비를 앓게 되었는데 당시 의료 기록에 따르면, 프라사티는 가난한 환자들을 방문하고 돕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사지 마비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으나, 끝까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부탁(자선단체에 전달할 물품 목록)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24세이던 1925년 7월 4일 세상을 떠나자 장례식에는 수많은 가난한 이웃과 친구들이 모여 “우리를 위해 자기 생명을 바친 친구”라며 눈물로 배웅했다고 전해진다.

1990년 5월 2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지난 9월 7일, 교황 레오 14세는 프라사티를 성인의 반열에 올렸다. 별명은 알프스의 성인(Man of the Beatitudes), 산으로 오르는 청년. 성 프라사티는 등산을 할 때마다 “Verso l’alto(위로, 더 높은 곳으로)”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5세, 24세 성인

가톨릭 교회 소식을 전하는 통신사인 바티칸CNS(Catholic News Service)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이 9월 7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20세기와 21세기 두 젊은 평신도인 복자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와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교황은 두 복자를 시성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큰 위험은 하느님의 계획을 따르려 하지 않음으로써 삶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성인의 시성식에는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비롯해 8만명이 넘는 군중이 운집했다고 한다.

교황은 프라사티 성인의 삶은 평신도 영성의 등불이라고 표현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봉사했다”고 했고, 아쿠티스 성인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기도, 운동, 공부, 자선을 자연스럽게 아우르며 성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