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첫 소설집 《최후진술》 : 월간조선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전 장관이 첫 소설집을 펴냈다.

20일 출간된 소설집 《최후진술》(조선뉴스프레스刊)은 작가가 '시대의 아픔'으로 갇힌 감방의 고독과 고뇌와 고난 속에서 피를 토하며 쓴 중편 <최후진술>과 5편의 단편 그리고 2편의 엽편 소설을 담고 있다.

기재부 장관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산은금융그룹회장, 산업은행장 등을 지낸 강 전 장관은 지난 2022년 단편 <동백꽃처럼>으로 제73회 한국소설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소설집은 강 전 장관이 옥중(獄中)에서 쓴 소설들을 모은 것이다. 그는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됐고 징역형을 선고받아 4년여간 옥고(獄苦)를 치렀다.

단편 <동백꽃처럼>은 1960년대 데모와 최루탄으로 얼룩진 대학생활을 그렸고, <쪽새미 애가>는 1970년대 하숙비 정도의 월급으로 살아가는 후진국 대한민국 공무원의 비애를 그렸다. 미군 철수를 배경으로 도입한 부가가치세에 관한 <세종로 블루스>, 국가부도의 위기를 맞아 도입한 IMF 구제금융에 관한 <환란전야>, 씨티뱅크와 GM 같은 강자가 쓰러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수출 7위의 강자가 된 것에 관한 <애비는 어이하라고>는 우리가 맞은 국난을 극복하는 도전과 응전의 서사시이다.

소설집의 제목으로 뽑은 중편 <최후진술>은 감옥살이의 '가혹과 비정과 억울의 트라이앵글' 을 고발하는 씻김굿의 제물이다. 나라를 위해 한평생을 일하고 벋은 최고훈장 청조근정훈장을 한강에 던지며 “아! 사랑했던 나의 조국이여!”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집은 국가의 거대 서사가 정치사나 경제사로 얘기될 때 가리워진 현장에서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이야기된 적 없는 지점을 탐구하고 있다. 우리는 행정부와 정책의 뒤를 지탱하고 있는 국가의 숨은 얼굴을 알게 된다.

- 추풍령 야간열차에서 산비둘기로 만나, 해운대 백사장에서 갈매기로 정을 주었고, 동백섬에서 동백꽃처럼 빨갛게 피었었는데. 그 시절 그녀의 눈동자는 슬펐고 나의 마음은 목말랐고 두 영혼은 가난했었는데. (중략) 50년 전 ‘나머지’는 말할 수 없다던 그 산비둘기, ‘그리움’을 남기고 말없이 떠났던 그 미뇽, 오늘은 ‘말 못 할 내력’을 남기고 또 말없이 떠났다. 차가운 겨울에 진홍색 꽃을 피우고, 봄이 오면 꽃송이 통째로 툭 하고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동백꽃처럼>에서

- ”주여! 내 딸의 영혼을 주님께 의탁합니다. 딸아! 천국에서 네가 한세상 사랑한 예수님 만나 영생 복락 누리기를 빈다. 네가 나를 관에 넣어야 하는데 애비가 너를 관에 넣는구나. 네 딸은 내가 직접 키울 테니 걱정마라. 천국에서 만나자. 아멘“

딸의 싸늘한 이마에 키스했다. 염습한 딸을 장의사와 함께 들어 관에 넣었다.

장례식 다음 주 서둘러 손녀의 침대와 옷장과 책상을 새것으로 바꾸었다. (중략) 손녀는 평소대로 노랑 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다녔다. <애비는 어이하라고>에서

- 한평생 못사는 조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일하며 아파트 한 채에 눌러앉아 살다가 돈을 챙긴 것도 득 본 것도 없는데 인격과 돈과 자유를 다 빼앗겼다/ 경제는 선진국이 되고, 한류는 세계가 열광하는데, 법조는 억울이 클수록 시장이 커지는 문명 이전의 카르텔을 강고하게 지키고 있었다/ ‘창의적인’ 법률 적용으로 ‘삼라만상’을 다스리는 ‘조물주’ 같은 저들 아래 살아야 하는 우리들 국민이 박복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삶의 최고 상급 청조근정훈장을 한강에 던졌다. 일제日帝와 전제專制가 남긴 슬픈 유산은 나를 십자가에 못 박고 이렇게 끝났다 <최후진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