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전인 1964년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받았던 최말자씨가 재심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을 전망이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23일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최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 측은 과거 최씨의 행위에 대한 검찰 판단의 잘못을 밝히며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 측은 "형사 사법의 역할은 개인에게 부당하게 가하는 차별적 폭력을 막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만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행했다"고 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최말자님께 이를 행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최씨는 최후 변론에서 "국가는 1964년 생사를 넘나드는 그날의 사건을 어떠한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 피해자 가족의 피를 토하는 고통에 대해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하고 싶다. 우리 후손들은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소망한다"고 했다. 

최씨와 최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나와 취재진 앞에서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환호했다. 최씨는 "실감이 아직 나지 않지만, 분명히 귀로 들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니 대한민국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1964년 5월 당시 19세였던 최씨는 A씨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 A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을 절단해 재판 결과 상해죄 가해자가 됐다.  A씨는 특수주거침입죄와 협박죄만 인정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아 최씨보다 적은 형량을 받았다. 

최씨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건 발생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지만 1심과 2심은 법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심 파기 환송하면서 다시 재판이 열리게 됐다.  

이번 검찰의 무죄 구형으로 재판부는 이변 없이 최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선고 기일은 오는 9월 10일 오후 2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