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진 갑질’ 의혹에도 임명 강행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절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이 “강 후보자에게 갑질을 당한 적이 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정 전 장관은 20일 지인들이 모인 소셜미디어(SNS) 단체채팅방에 “강선우 의원 관련 보도가 심상치 않아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강 의원(서울 강서구갑)이 초선일 때의 경험을 공유했다.

정 전 장관은 “당시 본인의 지역구에 해바라기 센터(성폭력 등 피해를 입은 여성과 아동을 위한 통합 서비스 기관)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을 했는데, 센터 설치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비롯하여 여러 전문가들을 확보해야 했었던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산부인과 의사는 확보가 어려워 해당 지역인 이대서울병원의 이대 총장에게 의논하였고, 총장은 ‘개원하며 산부인과 레지던트를 한 명 밖에 받지 못했는데, 막 개원한 병원운영이 우선이니 다음 기회에 꼭 협조하겠다’고 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 내용을 강선우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버렸다”며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며 “대통령께서 여가부에 역차별 해소방안을 물으시고, 강선우 후보자는 역차별에 대해 잘 살펴보겠다고 하고, 전체적인 당의 분위기도 뒷짐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정말 걱정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저도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민주정부 4기의 성공을 간절히 희망하는 저의 진의를 살 살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같은 내용을 지난 14일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중에 청문위원에게 전달했지만 공론화되지 않았고,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내용을 지인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제자 논문표절 등 논란에 휩싸인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하지만 보좌진 갑질 의혹을 받았던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명을 철회하지 않아 임명 수순에 들어갔다.

한편 정 전 장관은 한국 1호 여성학 박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2022년에는 여가부 장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7~2008년에는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