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pixabay ©sergeitokmakov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이 폭등세를 이어가자 월가에서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버블을 뛰어넘는 거품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6일(현지 시각) 보고서에서 “현재 뉴욕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IT버블 정점기의 상위 10개 기업보다 더 비싸게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들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에 달해, 2000년 당시 약 25배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기업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550조 원)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AI 붐을 타고 뉴욕증시는 최근 관세 불확실성에도 전고점을 경신했고, 나스닥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관세 폭탄’ 발표로 큰 타격을 받았던 기술주가 최근 강하게 반등한 것은 투자자들이 관세 리스크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과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대형 기술주 주가가 역사적으로 봐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IT버블과 달리 이번 상승은 기업 실적 개선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술기업들은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강세장을 견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엘야스 갈루 투자전략가는 현지 언론에 “기술 부문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고평가”라며 “펀드매니저들은 지금 100년간 가장 비싼 시장 중 하나를 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AI 주가 상승은 단순한 밸류에이션 확대가 아니라 이익 증가 덕분”이라며 “빅테크를 중심으로 내년 말까지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