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무인기 보낸 적 있습니까?"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지난 1월 14일 김명수 합참의장은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북 무인기를 보낸 적 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한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은 회피성 표현일까. 당시 합참의장은 말 그대로 "작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건 전략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 그대로 적에게 혼란을 주고 선택지를 제한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적 침묵'인 것이다. 또 그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표현을 카드 게임에 비유하며 "본인의 패를 공개하는 순간 절대 해당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합참의장이 "김정은이 돈을 가지고 확인해야 할 것을 스스로 왜 확인해 주냐"는 말도 같은 맥락이었을 터다.

제27대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평양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침투 횟수' '침투 시점' '목표물' '침투 고도' '전단지 제작' 등과 같은 정보는 물론 침투 작전을 시행했던 '부대들의 위치'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평양 무인기 침투 전·후에 생긴 비화까지 언급된 것을 보아 김 의원의 주장은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 사실상 그의 글은 당시 국방부가 선택한 '전략적 모호함'을 명확하게 '확인해 준 것'이 됐다.

최근 우리 군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두고 '12·3 비상 계엄 목적의 북한 도발 환경 조성'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북한의 2022년 12월 대통령실 무인기 침투에 따른 대응' '북한 오물 풍선 도발에 대한 응징' 등 다양한 시각이 있다. 당시 군사작전의 배경은 관련 조사를 통해 결국 드러나겠지만 현 시점 확실한 건 우리 군의 '작전'을 스스로 노출시킨 셈이다.

지난 15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일반이적죄·직권남용죄' 혐의로 자택과 사령관실 등지를 압수수색 당했다. 김 사령관은 "남·북한 쌍방 간 무인기 정찰은 수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작전 실패가 어떻게 고의적 이적 행위로 연결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는 2022년 신설된 부대일뿐더러 시행령도 간신히 만들었다. 투입할 수 있는 무인기에 대한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평양 무인기 침투를 두고 ‘작전 실패’라 시인(是認)한 것이다. 

국방은 적어도 군사작전과 관련해서는 '불친절'해야 정상인 분야다. 냉정히 말해 정직함과 투명함으로는 안보를 절대 지킬 수 없다. 지난 12·3 비상 계엄 이후 군을 향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김병주 의원의 이번 주장을 "속 시원하다" "멋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또 김용대 드론사 사령관의 '작전 실패' 언급을 두고 무리한 군사 작전이었음을 확신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가 아닌 안보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지금 군의 작전 동력마저 스스로 '추락'시키고 있다.

국방에 있어 정보는 무기고, 침묵은 방패다. 그리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은 '전략의 절반'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방은 지금 '확인해줄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