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핵심 여당 파트너였던 초정통파 정당이 15일 새벽 연립정부 탈퇴를 선언하며 가자지구 전쟁의 중대한 시점에 네타냐후 정권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초정통파 정당인 통합토라유대주의당(United Torah Judaism, 이하 UTJ) 소속 내 두 계파는 "자신들의 지지층인 예시바(유대교 종교학교) 학생들에게 병역을 광범위하게 면제해주는 법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연립정부를 떠난다"고 밝혔다. 

예시바 학생 중 다수는 이스라엘군에 입대하는 대신 유대교 경전을 공부한다. 즉 병역 면제를 받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이 병역 의무를 지는 상황에서 '병역 면제' 문제는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UTJ 내 두 계파는 '데겔 하토라'와 '아구다 이스라엘'이다. 데겔 하토라는 유대 율법을 강조하는 계파로 군 면제를 '영적 해악'으로 간주해 예시바 학생들의 군 면제를 강조한다. 대체복무도 '세속 가치의 침투'로 판단해 지지하지 않는다. 반면 아구다 이스라엘 역시 군 면제는 지지하나 대체복무에 우호적이며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과도 적극적으로 '협상'할 것을 지향하는 계파다.

해당 갈등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병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욱 격화됐다.

물론 UTJ의 연립정부 탈퇴가 곧바로 네타냐후 정권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탈당이 공식 발효되는 '48시간 이후'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이 매우 근소한 과반 의석만을 유지하게 돼 향후 정국을 크게 좌우될 수 있다. 

UTJ의 탈당은 공식 효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그 사이 네타냐후가 UTJ의 요구를 수용해 연정을 복원할 여지가 있다. 슈키 프리드먼 유대인정책연구소(Jewish People Policy Institute) 부 소장은 “현재 상정된 병역법과 정당 측의 요구 간에는 간극이 크기 때문에 이 짧은 시간 내에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또 프리드먼 부소장은 "이번 (UTJ의) 탈당이 네타냐후 정권을 당장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 국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촉발할 수 있는 해산안은 절차상 연말 이전에는 야당이 발의할 수 없다. 또 크네세트(국회)가 이달 말부터 10월까지 여름 휴회에 들어가게 돼 그 사이 네타냐후에게는 다시 한번 연립 복원을 시도할 시간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네타냐후가 속한 리쿠드당의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부 장관은 “(UTJ)당이 연정에 복귀하도록 설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신의 뜻대로라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 말했다. 리쿠드당 대변인도 해당 사안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 이집트, 카타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가자지구 내 휴전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다.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휴전이 전쟁 종식을 포함할 것인가'인데 네타냐후의 극우 동맹들은 하마스가 온존한 채로는 전쟁을 끝내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앞서 '오츠마 예후딧(Otzma Yehudit·유대의 힘)' '렐리기오즈 치오니트 하미추다(Religious Zionist Party·종교 시온주의당)' '노암(Noam)' 등 이스라엘 내 극우 정당들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서 어떤 양보도 반대하며 전쟁을 멈추거나 중단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이미 정부를 탈퇴하거나 탈퇴를 경고한 바 있다.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