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가정의 역할과 가족 가치 회복을 기치로 내건 한국가족단체협의회가 출범했다. 170개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회 출범식에는 약 250명이 참석했다. 

한국가족단체협의회는 “가정을 회복하고, 가족을 존중하는 나라, 인류 보편의 윤리로서 가족 가치를 구현하는 시민사회”를 비전으로 밝혔다. 

가족의 본질과 윤리 회복, 시민사회의 연대와 확산, 가족정책과 법제도의 대안 제시, 세대 통합과 인성교육의 실현이 사명이며 이를 위해 ▲가정의 존엄 ▲생명 존중과 책임윤리 ▲세대 간 연대 ▲시민사회적 연합 ▲윤리와 질서의 교육 ▲정책제언과 문화운동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고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출범은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되는 시점과 맞물려, 시민사회의 가치 중심적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가정·가족의 가치를 중심으로 종교, 이념, 정치를 초월해 연대”

한국가족단체협의회 초대 대표는 황인자(19대 의원, 새누리당)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사장이 맡았다. 황 대표는 “협의회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변화하는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건강한 공동체 형성을 위해 여러 단체의 역량을 모으고자 출범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다양한 성과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제도화하려는 시도들이 있다”며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해체하고 혈연, 혼인, 입양으로 이뤄진 건강한 가족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드는 시도에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 세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과제이다. 한국가족단체협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바람직한 가족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인자 대표는 “협의회는 가정의 가치를 중심으로 종교, 이념, 정치를 초월한 연대를 이루고자 한다. 성윤리, 결혼윤리, 가족윤리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에 올바른 도덕적 기반을 심어주고자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가족의 가치를 되살리고, 건강한 가족 공동체를 조성해 가족·가정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가족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이자 개인과 사회의 출발점”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은 축사에서 “가족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이자 개인 인격 형성과 사회 발전의 출발점”이라며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과 배려, 상호 부조의 정신이다. 이러한 가치들이 온전하게 계승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성숙한 공동체로 발전한다”고 했다.

이 전 총장은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 이론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 비전도 제시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활동해야 한다. 제도와 정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 모든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윤종필 성남시의료원 부원장(20대 의원, 새누리당)은 “협의회가 천명한 비전처럼 ‘가정을 회복하고 가족을 존중하는 나라’ ‘가족을 인류 보편의 윤리로 구현하는 시민사회’는 우리가 반드시 지향해야 할 목표”라며 “더 이상 출산율, 혼인율, 이혼율 같은 수치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이제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 공간인 가정을 다시 세우는 문화와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협의회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매우 소중한 연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 문제 해결하는 최고의 복지는 바로 가정”

이명선(이화여대 명예교수)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이사장은 기조 강연에서 “가정 해체, 저출산, 고령화, 고독사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복지는 바로 가정”이라며 “가정이 건강하면 사회적 비용이 줄고 개인 삶의 질이 향상되며 사회 전체의 활력이 넘치게 된다. 3대(代)가 함께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상은 한국이 겪는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가 겪고 있는 가정·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명선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 퍼진 가정·가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악순환의 연속을 부르고 있다. 저출산 극복에 국가 예산 300조가 투입됐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가정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민사회가 소리 없이 무너지는 가정을 외면하는 방관자가 돼서는 더는 안 된다. ‘가정을 지키는 것이 곧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임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사회가 건강해야 국가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캠페인, 긍정적 가족 담론 확산, 가족 가치 회복 운동을 전개하고, 학교와 지역 사회에 가족 사랑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겠다. 작은 노력이 큰 물결을 이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꿈을 키우고 또 이룰 수 있도록 만들자”고 했다.

이집트 출신으로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새미 라샤드(K-가족크루 대표)씨는 “한국가족단체협의회가 출범하는 이 순간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가족 해체와 인구 위기에 맞서 보편적인 가족 가치를 재정립하고 확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K-가족크루는 협의회의 든든한 글로벌 동반자로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대별 대표 3인(80대 조부모 대표 박성훈씨, 50대 부모 세대 대표 이혜숙씨, 20대 자녀 청년 세대 대표 조찬중씨)이 창립 선언문을 낭독했다. 

한국가족단체협의회, 홍익인간 정신 바탕으로 가족 소중함 전파

한국가족단체협의회는 저출산·고령화·가정 해체 등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고, 가정의 가치를 회복해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범국민 연대체다. 2021년 시작한 ‘가정 평화 포럼’과 ‘K-가족 축제’가 기틀이 됐다. 가정 평화 포럼은 건강한 가족 관계를 주제로 한 세미나·워크숍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했으며, K-가족 축제는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연례 행사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