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 당국이 북한을 위한 무기 및 민감 기술 밀수출 사건과 관련해 기소한 중국 국적 자가 모든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이로써 북한 정권이 미국 내 불법 거주 외국인을 활용해 무기 조달망을 운영해왔다게 드러났다. 

 미 법무부는 6월 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인 셩화 웬(Shenghua Wen, 42세)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음모 및 외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 활동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웬은 2024년 12월 체포돼 연방 구금 중이며, 오는 8월 18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웬은 2012년 학생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 2013년 비자가 만료된 뒤에도 불법 체류하며 미국 내에 거주해왔다. 그는 입국 전부터 중국 내 북한 대사관에서 북한 정부 관계자와 접촉했으며, 이후 북한 정부의 지시에 따라 미국에서 무기·탄약·군수 물자 및 정찰 장비를 확보해 중국을 경유, 북한으로 밀수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웬은 2022년부터 북한 관리들과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미국 내 총기류 및 기술 장비 확보에 착수했다. 2023년에는 휴스턴의 총기 판매업체를 인수해 텍사스에서 총기를 대량 구입한 뒤 이를 직접 캘리포니아까지 운송, 롱비치 항에서 선적하는 방식으로 최소 세 차례에 걸쳐 무기를 북한으로 보냈다. 일부 선적물은 ‘냉장고’ 등으로 허위 신고돼, 2024년 1월에는 홍콩을 거쳐 북한 남포항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웬은 9mm 탄약 6만 발, 화학 탐지 장비, 무선 주파수 감지기, 열영상 시스템, 항공기 엔진 등 민감 기술 장비도 획득하거나 획득을 시도했으며, 북한 측으로부터 약 200만 달러의 자금을 중개인을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당 장비 및 무기류를 북한으로 수출하는 것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관련 수출 허가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자신이 북한 정부의 지시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법무장관에게 통보하지 않은 점도 시인했다.

 미 연방검찰은 웬에게 최대 3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수사는 FBI, 국토안보수사국(HSI), 국방범죄수사국(DCIS), ATF,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이 함께 담당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제3국 출신 불법 체류자를 장기적으로 포섭해 미국 내에서 운영한 무기 조달·밀수 네트워크가 드러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웬이 정식 외교·정보 조직이 아닌 상업 활동을 위장해 수년간 활동했다는 점에서, 미국 내 안보당국의 대응 체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미 법무부는 “이번 사건은 불법 수출 통제 위반과 외국 정부의 불법 대리 활동이 결합된 중대한 국가안보 사안”이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하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