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는 2025년 5월 30일 '산불 등 화재로 인한 문화유산 피해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문화유산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관련 법령과 정책의 한계를 분석하고 향후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지난 3월 영남지역 산불로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등 총 35건의 문화유산이 피해를 입었다. 최근 5년간 화재로 인한 국가지정 문화유산 피해는 총 29건이며 이 중 산불로 인한 피해는 9건에 달한다. 지난 2005년 양양 산불로 인한 낙산사 전소,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법령이 지속적으로 정비돼 왔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현행 소방시설법 시행령에 따라 '국보 또는 보물'로 지정된 목조 문화유산에는 옥외소화전과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의 경우 옥외소화전은 91.9%, 자동화재속보설비는 90.1%만 설치돼 있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유산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행위는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가 필요한데 이 절차는 30일이 소요된다. 긴급 상황에서는 이 절차가 오히려 문화유산의 소실을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입법조사처는 "산불 재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는 방재 장비의 구비와 사용 방법이 충분히 반영돼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방염포는 구비 여부와 설치 기준 안전조치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내화수림(산불로부터 나무가 견디는 숲'이라는 의미로 잎사귀에 수분을 많이 머금은 활엽수 천연림은 산불이 진행될 때 확산 속도를 늦추고, 자연 소화제 역할을 함) 조성을 강조했다. 이어 "현행법 상 현재 문화유산 주변 산림에는 산불안전공간으로 20~25m의 이격거리를 두고 있으나 이 거리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긴급재난 시에는 문화유산 현상변경 허가 절차에 대해 사후 승인이 가능하도록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법 제35조 개정이 요구를 강조했다.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