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규 전 참사 “北, 한미일 공조 흔들며 韓 고립 전략 구사” : 월간조선

국가정보연구회가 29일 ‘북한 외교의 목표와 현실’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었다.

신언 국가정보연구회장(전 파키스탄 대사)은 인사말에서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후보들은 미래 비전보다는 정치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국제 정세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여야 후보들의 외교·안보 정책도 대동소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을 어떤 대상으로 설정하느냐는 정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최대의 위협”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북핵 위협 등 불안한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강연은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가 맡았다. 그는 북한 외교의 기본 목표로 권위 옹위, 국위 제고, 국익 수호를 꼽으며, 이 중에서도 ‘권위 옹위’가 가장 핵심이라고 했다. 이 참사는 “권위 옹위는 수령인 김정은의 대외적 권위를 보호하고 위대성을 선전하는 활동을 포함한다”며 “김정은과 외국 정상 간 서신 교환 등은 실수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되며, 김정은을 애민 지도자로 부각시키는 선전 작업이 병행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외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다. 한국은 외교 대상이 아니다. 이 참사는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보는 것과 달리, 북한은 한국을 철저히 ‘적대관계’로 본다”며 “이에 따라 북한 외무성은 한국과의 관계를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대미(對美) 관계는 북한 외교의 중심축이다. 이 참사는 “북한은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를 위해 외무성 내 다수의 전담 조직과 인재를 배치하고 있고, 당장은 협상보다는 북러 밀착과 북중 관계 안정에 집중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러 외교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역할을 활용해 제재를 우회하고, 육로를 통한 경제·군사 이익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중국과는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되, 현상 유지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향후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잠재력 있는 외교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랍자 문제에 집중하는 일본 심리를 역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면서 “대일관계를 일괄 개선해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고 한국을 고립시키는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정은의 전략적 관심 대상인 미·중·러·일을 제외한 대외 정책은 대부분 형식적으로 집행된다고 했다. 이 참사는 “전략적 관계는 김정은이 최선희 등 핵심 인사를 통해 직접 지시하며, 관련 인물들은 능력과 책임감이 높은 이들”이라면서 “반면 그 외 분야에서는 책임 회피, 허위 보고, 일방적 주장 등이 난무하고, 외교관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개인 생존을 위해 ‘영리한 외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북한 외교의 현실도 짚었다. 그는 “북한은 지속적인 핵·미사일 도발과 인권 유린으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와 고립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외교 정책의 집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다만 북한 외교의 긍정적 요소로는 “정세 연구와 분석, 객관적 판단과 정책 건의 기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