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심사를 전면 중단했다. 향후 모든 유학생 비자 신청자에 대한 소셜미디어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준비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학생비자(F), 교환방문자비자(J) 등의 신규 인터뷰 일정을 중단하도록 각국 공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는 “비자 인터뷰 중단은 수일 내 추가 지침이 내려질 때까지 유지된다”면서 “학생 및 교환방문자 비자 신청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심사 지침이 곧 제공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미 일부 학생에게 소셜미디어 점검을 요구해왔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이번 조치로 검열 대상이 모든 유학생으로 확대된 셈이다.

향후 소셜미디어 심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미정이다. 악시오스는 “인스타그램, 엑스, 틱톡 등 플랫폼에서 신청자의 게시물, 공유 내용, 댓글 등을 검토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의 유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취소했다. 사실상 유학생 입학을 막는 조치다. 법원은 하루 만에 이 결정의 효력을 중단시켰지만, 정권 차원의 본격적인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계와 교육계는 반발하고 있다. 미국 대학은 유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비영리 국제교육협회(NAFSA)는 2023∼2024학년도 기준 유학생 약 110만 명이 미국 경제에 430억 달러(약 59조 원)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상당수가 학비와 주거비다.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전체의 27% 수준이다. 유학생 비중이 더 높은 대학도 40곳이 넘는다.

미국의 교육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옥스퍼드대 사이먼 마진슨 교수는 27일 NBC 뉴스에서 “하버드대 공격은 심각한 실책”이라며 “미국이 누려온 연구개발 리더십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입시 상담사 하피즈 라카니는 27일 《뉴욕타임스》 에 “이에 따라 미국 대신 영국이나 캐나다를 택하는 유학생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일본과 홍콩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하버드 유학생 수용을 대학에 요청했다. 도쿄대는 하버드 유학생의 한시적 수용을 검토 중이다. 홍콩 8개 대학 또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다. 홍콩 정부는 외국인 입학 비율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의 과학기술 인재 유출에 대응하고 있다. ‘과학을 위해 유럽으로(Choose Europe for Science)’ 캠페인을 시작하며 연구자 유치에 나섰다. 유럽 내 유학생 수는 166만 명으로 미국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