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길이 예술로 물든다. 6월 4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2025 인사아트위크(Insa Art Week)’가 열린다. 총 42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대규모 시각예술 축제로,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세계가 교차하는 인사동의 문화적 맥락 위에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 감각을 펼쳐 보인다.
‘Art takes alive!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행사는, 갤러리 내부를 넘어 거리와 삶 속으로 예술을 확장하고자 기획됐다. 회화, 조각, 사진, 민화,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가 갤러리마다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인사동 일대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산책로로 탈바꿈시킨다.
인사동은 조선시대 화원이 활동한 도화서가 자리했던 예술 행정의 중심지였다. 2002년 대한민국 제1호 문화지구로 지정된 후에도 고미술, 골동품, 서적, 공예 등 전통예술의 보고로 기능해왔다. 이러한 장소적 깊이를 토대로 탄생한 인사아트위크는, 그 뿌리를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주관의 ‘인사미술제’(2006~2014)에서 찾을 수 있다.
2023년부터 ‘인사아트위크’라는 새 이름으로 재출범한 이 행사는, 전통적 미술제의 형식에서 벗어나 시민과 함께하는 ‘도시형 예술 축제’로 재정비됐다. 특히 올해는 MZ세대의 시각과 기성세대의 미감이 조우하는 ‘세대 통합형 전시 기획’, 거리예술, 공공미술 산책, 작가와의 만남, 미술 굿즈 이벤트까지 아우르는 입체적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각 갤러리의 주목할 만한 전시들
다양한 화랑이 제각기 독립적 주제를 가지고 전시에 임하지만, 그 속엔 공통된 흐름이 있다. 바로 ‘삶과 감정, 기억의 층위들’을 시각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이다.
갤러리온도에서는 도예가 신이철이 평면 회화로 확장한 실험적 작업
갤러리은의 <문곡; NOW 展>은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47인의 작업을 통해 ‘지금, 여기’의 전통을 말하고,
갤러리인사1010에서는 유연선 작가가 인물의 감정을 포착한 <몽환의 초상> 시리즈를 선보인다.
토포하우스에서는 민중가수 정태춘의 노랫말과 시를 붓글씨로 풀어낸 전시 <노래여, 노래여>가 열려 음악과 문학, 시각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접점을 마련한다. 정태춘의 작은 음악회(6월 4일 오후 7시)와 아티스트 토크(6월 11일 오후 7시)도 같은 공간에서 진행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42개 참여 갤러리 중 10곳을 방문해 엽서를 모으면 작가 판화, 미술 굿즈, 생활용품, 식음료권 등 15종 이상의 실용적인 경품이 제공된다. 참여 작가에는 이목을, 김점선, 박생광, 서정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밖에도 한지와 빛의 조화를 탐구한 송광익 작가의 ‘지물(Paper Things)’, 전통 채색화 기법으로 인간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영지의 ‘In Your Silence’, 흑백 대비를 통해 자아와 위로를 표현한 이기초 작가의 회화, 따뜻한 빛의 리듬을 화폭에 담은 이한 작가의 개인전 등도 주목할 만하다.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는 올해의 주제처럼, 2025 인사아트위크는 예술을 특권이 아닌 일상 속 감각의 확장으로 제시한다. 갤러리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도시를 따라 흘러가는 예술. 인사동이라는 공간의 역사성과 도시성, 전통과 젊은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 미술의 오늘과 내일이 동시에 펼쳐진다.
2025 인사아트위크는 (사)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주최하고 IAC(InsaArts Council)가 주관한다. 종로구청, 한국화랑협회,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후원한다.
인사아트위크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