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는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세르비아의 EU 가입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부치치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세르비아 군부대가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며 이번에는 세르비아가 처음으로 (러시아와) 퍼레이드를 공동 주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국제 사회로부터 상당한 외교적 압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부치치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EU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이번 주 초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행사에 EU 가입 후보국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이는 유럽의 외교적 일관성과 결속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세르비아는 공식적인 EU 가입 후보국이지만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왔다. 이에 따라 세르비아의 가입 협상은 수년째 사실상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EU 가입 의지를 표명해 왔지만 외교 노선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를 우선시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와 동행할 예정이다. 피코 총리는 EU의 경고를 “무례하다”고 반박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분리주의 지도자인 밀로라드 도디크 역시 퍼레이드 참석을 예고하면서 발칸 내 일부 친러 세력들이 국제무대에서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르비아는 현재 국내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북부 도시 노비사드에서 발생한 철도역 지붕 붕괴 사고로 16명이 사망한 이후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반부패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의 부패와 중국 건설사와의 불투명한 계약 언론 통제 등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르비아 의회는 17일 새로운 내각을 승인했다.  신 내각은 EU에 비판적인 성향의 인물들이 대거 포함돼 있으며 특히 정보부 장관으로 임명된 보리스 브라티나는 과거 EU 깃발을 불태우고 “우리는 EU를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와 연합하겠다”고 외친 장면이 담긴 영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글=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