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원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장이 지난 7일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고(故) 박판옥 하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갖고, 유가족께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했다. 사진=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6·25전쟁 당시 19세로 전사한 호국영웅의 신원이 지난 9월 26일 확인돼 10월 7일 가족의 품으로 73년 만에 돌아갔다. 형의 무공훈장을 보관해 오며 유해라도 마주하고자 기다렸던 동생은 신원 확인 2개월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단장 이근원)은 2000년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6·25전쟁 당시 ‘저격능선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박판옥 하사(현 계급 상병)로 확인했다.
고인은 국군 제2사단 소속으로, 여러 전투에 싸웠고 1952년 10월 16일 저격능선 전투에서 전사했다. ‘저격능선 전투’는 국군 제2사단이 1952년 10월 14일부터 11월 24일까지 중부전선 철의 삼각지대(강원도 평강-철원-김화)의 요충지인 저격능선을 탈환하기 위해 중공군 제29사단과 싸운 고지 쟁탈전이다.
고 박판옥 하사는 1934년 6월 전라북도 부안군 행안면에서 8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1951년 9월 30일 입대해 국군 제2사단 17연대 소속으로 ‘김화-금성 진격전’ 등의 전투에 참전했다.
고인의 유해는 유해 소재 제보를 토대로 2000년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국군 장병들의 발굴로 머리뼈 등 유해를 확인했다.
2017년 고인의 조카 박광래(1950년생)씨가 삼촌의 유해라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국유단은 과거 유전자 분석이 이뤄진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를 보다 정확도가 높은 최신 기술로 재분석해 올해 9월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국유단은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37명으로 늘었다.
고 박판옥 하사를 위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10월 7일 전북 부안군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접한 박광래씨는 “‘장가도 못 간 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작은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 속에서 막연하게 유전자를 제공했지만 이렇게 유해를 찾을 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끝까지 헌신적으로 찾아주신 국가와 국방부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날 귀환 행사는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고 위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국유단은 “6·25 전사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며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 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포상금 100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이어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발굴된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하는 상황이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국유단은 유가족이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계유지 등으로 국유단 방문이 어려울 경우 직접 탐문관을 파견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다. 국유단 대표번호 1577-5625 (오! 6·25)로 연락하면 된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