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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前 국가정보원장, 퇴임 후 첫 강연에서 북한 '장마당 세대' 지목

北 김주애에 대해서는 "후계자 가능성 낮아... 선전적 측면에서는 성공적"

백재호  기자 1oo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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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적대적 교전국' 의미에는 체제 유지 위한 방어적 의미도
◉ 北中 관계, 현재는 상당히 냉랭한 상황
◉ 김 전 원장, "북한이 원하는 기술을 러시아가 주지는 않을 것"
◉ 《월간조선》의 '북한 내 김주애 역할' 질의에는 "후계자 가능성 낮고 후계자 공개는 극비리에 진행될 것"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9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자유화의 길'을 주제로 열린 제86차 물망초 인권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조준우 기자

9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자유화의 길'을 주제로 열린 제86차 물망초 인권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이재원 물망초 인권연구소장이 좌장을,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발제를 맡았고 황성준 물망초 인권연구소 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북한 장마당 세대, 문화 욕구 커져


발제에서 김규현 전 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대 위협을 1980~1990년대 태어난 '장마당 세대'로 꼽았다. 장마당 세대는 1990년 이후 출생한 북한 내 젊은 세대로 이들은 국가의 배급망이 아닌 민영 시장인 ‘장마당’을 통해 성장한 세대다. 특히 '고난의 행군(1995~1999)'으로 대표되는 대기근을 겪으며 자급자족(自給自足)과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하고 외부 문화에 대한 개방도도 높은 특징이 있다. 


김 전 원장은 “고난의 행군 시절 당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란 25~44세 정도의 북한 장마당 세대가 가진 저항 에너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장마당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정보가 유통되기에 자연스레 이들의 문화적 욕구도 커졌다"며 이들의 성향과 당의 지시 간 갈등이 북한 내 악법으로 불리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등 사상 단속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 당국의 단속과 별개로 북한 주민들의 자유의지를 막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다만 장마당 세대가 "행동하는 첫 민주화 세대로 진화하지 못하고 중년층에 접어든 것은 한계"라 지적했다. 한류의 경우도 현시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재미와 동경 수준에서 소비되는 단계임을 밝혔다.

 

김정은 우상화 가속, 경제는 하락


또 김 전 원장은 올해 김정은이 40세가 되면서 우상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김정은 생일(1월 8일)에 충성 선서식을 개최, 4월에는 '친근한 어버이'라는 김정은 선전 가요의 등장, 김정은 배지를 패용한 당 간부들의 등장 등을 뽑았다.

 

반면 선대 집권자들의 존재감은 옅어졌다. 김정은은 2년 연속 금수산태양궁전을 미참배했다. 또한 김일성 생일(4월 15일)에는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정 참배를 생략하고 단순 4월 명절로 에둘러 표현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 전 원장은 "김일성·김정일의 흔적을 서서히 지워나가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작업이 김정은 정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북한의 올해 경제 규모는 2016년(35조 4000억) 대비 올해 6% 축소(32조 3000억) 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만에 처음으로 3.1% 성장을 기록했지만, 전체적인 규모를 따지자면 후퇴했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북·중 무역액도 줄었다고 했다. 올해 북중 무역량은 3조 5900억 규모로 2019년 대비 82%에 불과한 수준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작년 대비 19% 감소한 수치라는 것이다. 


또한 김 전 원장은 최근 북한이 계획 경제 복원조치의 일환으로 '20X10 정책(20개의 군에 10년 내 현대적 공장 건설)'을 내세웠는데 이로 인해 외화 수요가 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기준, 1달러가 북한 화폐로 9,670원이었지만 8월 기준으로는 1만 8000원까지 폭등했다는 것이다. 

 

쌀 가격 역시 올해 초 1KG에 5,45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지금은 7000원(8월 기준)에 육박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고 UN의 제제가 지속되는 한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북한의 대남노선과 주변국 관계는


김 전 원장은 북한이 최근 대남노선을 변경한 것에 대해 "남침 가상훈련 간 '선 핵 사용' 등 핵 무력에 대한 자신감과 무력통일을 암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올해 김여정 담화 속 "새로운 대응"(6월 9일), "기막힌 대가(7월 16일)" 등 정세간장을 조성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동족으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장마당 세대들의 한국을 향한 동경, 선망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장 자체로는 공격적인 발언이지만, 방어적 측면도 강하다는 평가다.


김 전 원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의 러시아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러시아는 재래식 무기 지원이 급박한데, 공교롭게도 북한은 지원이 가능하기에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러 지원을 바탕으로 현대식 무기에 대한 기술을 원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기술력을 러시아가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최근 북·러간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나,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북한의 생명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반면 최근 북·중 관계는 상당히 냉랭한 상황으로 봤다. 특히 중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전원 철수 요구, 올해 7월 새롭게 적용된 북·중간 '신 비자 면제협정'으로 인해 북한 노동자들의 체류 기간을 30일로 제한된다는 점을 그 예시로 꼽았다. 북한 측의 반발에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북한의 밀수를 중국 당국이 매우 엄격하게 대응하는 등 과거와 다른 대우에 이면적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북한의 잇따른 친러 행보로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도 북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은 짐이 되는 상황"이라 분석했다.

 

김규현 前 국가정보원장이 보는 김정은은 


김 전 원장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집권기에는 소위 항일 빨치산 활동을 통한 주변 참모들의 보좌와 함께 정권을 유지해 온 것과 비교해 김정은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 주변에는 "생사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인물이 거의 없다"라고 지적하며 최측근들을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김정은이 군사분야 중 포병분야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특히 미사일 기술 등 나름의 지식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그 외에 대해서는 지식이 없다"라며 똑똑한 지도자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리더십과 관련해서도 잦은 간부 교체와 숙청 등으로 김정은이 추진하는 정책들에 대해 부하 간부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정은 딸 김주애 노출 의도는 


기자는 현재 김주애 등장이 후계작업의 시작으로 봐야 하는지, 단순 김정은 우상화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김 전 원장에게 질의했다. 김 전 원장은 "(개인적으로) 김주애는 후계자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최근 공개된 김정은 선전가요인 '친근한 어버이'를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수령은 아버지로서 자상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김주애를 통해 따듯한 모습을 투영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현시점에서 후계자를 공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라며 권력의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로 봤다. 

 

또한 후계자 공개는 독재자들에게 매우 예민한 문제로 특정한 시기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극비리에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주애의 등장으로 세계 외신들의 각광을 받은 점은 사실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선전적 측면에서는 성공한 경우라 평가했다.

 

글=월간조선 백재호 기자

 

입력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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