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을 두고 정면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이어 용산에 대규모 ‘디에이치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삼성물산은 건설 명가로서 한남뉴타운에 반드시 입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건설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서울 한남뉴타운, 압구정 등 노른자위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는 주요 건설사 간 수주전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앞두고 있는 한남4구역이 그중 한 곳이다. 한남4구역은 조합원 대비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수익성이 크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눈독들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을 두고 정면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이어 용산에 대규모 ‘디에이치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삼성물산은 건설 명가로서 한남뉴타운에 반드시 입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양측 간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라 그동안 양측 간 크고 작은 공방도 오갔다.
최근에는 삼성물산이 책임준공 확약서 제출 지침에 반대의 뜻을 보이자 조합이 시공사 입찰지침서에 책임준공 확약서 제출을 제외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현대건설이 조합의 특정 인사와 경쟁사와의 결탁설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은 지난 9일 조합에 정식 공문을 보내면서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당사는 입찰 여부를 더욱 심사숙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합을 밀어붙였다.
이에 조합은 3일 후인 지난 12일, 현대건설에 보낸 회신에서 “당 조합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하여 항상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한다”며 “감사가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기초로 9월 19일 이사회를 개최해 사안의 내용 확인과 당사자 소명 그리고 이사회 의결로써 그 사안에 대해 조치가 있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대건설이 문제를 삼은 대목은 조합의 특정 인사가 이사회에서 가결된 입찰지침서를 경쟁사에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과 해당 인사가 법률자문서 파일을 임의로 삭제했다는 의혹 등이다.
조합은 추석 연후 직후인 19일 이사회를 열고 특정 인사에 대해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다. 현재 한남4구역 조합 이사회는 조합장 1명과 이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징계대상자를 제외한 이사 8명과 조합장에 투표권이 부여됐다. 해당 인사 징계의 건에 대해 이사 8명 중 4명은 찬성을, 4명은 기권을 택했다. 여기에 조합장이 찬성표를 던져 찬성 5명으로 가결됐다.
이를 두고 한남4구역 안팎에서는 특정 건설사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상황에서 특정 인사의 직무 정지에 힘을 더했다는 점과, 추석연휴가 끝난 바로 직후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조합 내부에선 부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추석 연후 직후에 열린 이날 이사회에는 특정 인사의 징계를 우려하는 일부 조합원들이 참관을 요구하며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한 조합원은 “사업이 잘 진행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조합원들이 정확한 사정을 모르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에 대한 입찰 참여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한남4조합 상근임원진이 공정하게 입찰을 진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동안 축적된 모든 역량을 쏟아 넣어 ‘대안설계’를 준비하며 입찰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특정 인사에 대한 인사 조치 요구 공문에 조합이 ‘전광석화’로 답한 걸 보고 업계에서는 결과를 이미 예상했다”며 “성공적인 사업 완수를 위해 조합이 공정성과 신뢰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