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송혜희’는 서울시민들에겐 낯익은 이름이다. 20여년간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는 플래카드가 서울 주요 간선도로 입구에 있었다. 플래카드가 낡을 때가 되면 새 것으로 교체됐기에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 역시 출근길 올림픽대로를 탈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생업을 뿌리치고 딸을 애타게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29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송혜희는 누구일까. 그는 고2였던 1999년 2월 13일 오후 집이 있는 평택시 도일동 하리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것을 끝으로 행방불명됐다. 버스에서 내릴 때 한 남성이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다. 집으로 가는 길은 논과 밭 뿐인 1km정도의 길이었다.
송혜희의 아버지 송길용씨는 그때부터 딸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내걸고 아동보호시설을 찾아다녔다. 트럭에 딸의 사진을 붙인 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송씨는 각종 방송에도 출연했다. 함께 딸을 찾으러 다녔던 송씨의 아내는 우울증을 앓다 2006년 딸의 전단을 가슴에 품은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송씨는 폐품을 수거해 내다 팔며 생활을 이어왔는데, 이날(8월 29일)도 트럭을 몰고 일에 나섰다가 도로에서 덤프트럭과 충돌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송씨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 외에 자식을 잃은 부모를 여러 번 취재했고,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명복을 빌 뿐 유족에게 감히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는 없다고도 한다.
송씨의 빈소는 평택 송탄제일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