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태 강원지사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1948년 건국'의 의미를 역설했다.
독립기념관장 인사와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이해할 것인가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대표적 정치인들의 ‘광복절 메시지’들을 보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1919년 건국? 독립운동 부정하는 자기 모순....헌재도 '1948년 건국' 분명히 해" (김진태 강원지사)
야당과 광복회의 시비에 가장 정면으로 맞선 사람은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였다. 김진태 지사는 8월 15일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김문덕 광복회 강원도지부장이 “1948년 건국했다면 이는 반헌법적이고 일제의 강점을 합법화시키려는 핑계”라는 이종찬 광복회장 기념사를 대독하자 “궤변”이라고 대차게 반박했다.
김 지부장의 뒤를 이어 단상에 오른 후 “이런 기념식을 진행해야 될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말문을 연 김진태 지사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주장들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김 지사는 “제가 놀랐던 게 ‘주권은 없었지만 나라가 있었다’... 그런 게 있나? 주권이 없는데 나라가 어떻게 유지되나? 국민 영토 주권이 나라 구성 3대 조건이라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국민은 그렇다 치고 주권이 없지 않았나. 이는 그들도 인정하면서 국가가 있었다고 한다. (임시정부엔)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통치권이 없었고 주권이 미치는 영토도 없었다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우리는 일제강점기가 없었는데 꿈을 꿨던 건가”라고 비판했다.
김진태 지사는 “이런 걸 말하는 저와 같은 사람을 ‘친일’ ‘반헌법적’ ‘일제강점기 합법화’라는 말로 비난한다”며 “1919년 건국이 됐다고 하면 이미 나라가 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광복도 부정하는 자기 모순에 빠진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이어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최초의 자유민주헌법에 의해 생겨났다. 그 당시 상황에서 신생독립국이 자유민주주의헌법을 채택한 것은 전세계에서 거의 우리나라밖에 없다. 당시 봉건왕조로 돌아가거나, 공산주의 사회주의로 갈 수 있었지만 그 헌법을 채택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반한 공화국을 선포했다”면서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런 논리정연한 지적에 대해 광복회 회원들 일부가 고함을 지르면서 퇴장했지만, 김진태 지사는 굴하지 않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친일’이고 ‘반헌법적’인가. 내가 찾아보니 헌법재판소는 2014년 결정문에서 1948년 대한민국 건국됐다'고 분명히 했다"면서 "누가 반헌법적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진태 지사는 마지막으로 “이들은 궤변으로 1948년 건국을 극구 부인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자학적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지사는 2022년 강원지사 취임 후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는 1945년 8·15 해방(解放) 못지않게, 1948년 건국(建國)도 중요하게 기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좌파, 우파에 대해 끊임없이 친일몰이" (나경원 의원)
과거 민주당 의원들의 ‘친일 낙인찍기’로 여러 해 동안 고생했던 나경원 의원도 ‘광복절’ 논란을 기회로 반일(反日) 선동에 나선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니 의원은 8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이 하나되어 기뻐 할 날에 참담한 마음 금할 수 없다”면서 “나라의 어른인 광복회장께서 시작한 터무니없는 독립기념관장 자격논란은 민주당의 윤 정권 친일몰이로 이어졌고 도를 넘어 용산에 밀정이 있냐는 발언마저 이어진다”며 이종찬 광복회장이 야기한 광복절 시비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나경원 의원은 좌파와 민주당의 ‘친일몰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나 의원은 “알다시피 좌파들은 우파정권에 대해 끊임없는 친일몰이를 해왔고, 그 시작은 늘 이승만정권이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서 “그것은 친일파로 가득찼던 북한정권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오히려 인정하는 논거로 귀결되기도 하였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번 논란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 문제와도 연결시켰다. 나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세력들은 이승만 대통령 재평가가 영 마뜩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기회를 틈타오던 그들이 드디어 총공세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임시정부 대통령이던 이승만 대통령을 임시정부 독립유공자에서 유일하게 흔적도 없이 지웠던 문재인 정권이었다”면서 “그리곤 북한정권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려 했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마지막으로 “21세기 지금의 대한민국의 번영이 광복후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정부수립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새기는 광복절이 되길 희망한다”면서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터무니없는 친일몰이가 아니라 극일을 넘어 G7, G5국가 대열에 어찌 합류하는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죽창가 외치며 정신승리에 만족할 것인가"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한편 ‘극일(克日)’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8월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해방 8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과거사 청산이 지지부진 한 것은 가해자인 일본의 책임이 절대적”이라면서 “현 정부의 미래를 위한 통 큰 양보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화답이 미진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외교적으로 짚어야 할 것을 짚고, 바로 잡을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도 “피해자인 우리의 모습도 되돌아 볼 때가 됐다”고 호소하는 한편, “정치권 일각은 여전히 반일을 손쉬운 정치적 소재로 다루며 국민감정을 자극하기에 급급하다”면서 야당의 정치공세도 비판했다.
오 시장은 한국이 구매력 평가 기준 임금, 1인당 GDP에서 일본을 이미 앞섰고 내년에는 1인당 명목 GDP에서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일본의 한류 열풍과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 한국 양국 국민들 간에 상대에 대한 호감이 깊어지고 있는 현상 등을 언급한 후 “이 지점에서 진정한 극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면서 “죽창가를 외치며 정신승리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문화 강국, 경제·외교 리더로 자리매김해 소프트파워로 그들이 스스로 존경의 마음을 갖게 할 것인가, 우리가 선택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나라 되찾은 기쁨의 그날 경축" (한동훈 국힘 대표)
한동훈 대표의 광복절 메시지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감사에 방점을 두었다. 한 대표는 8월 15일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의 서두에 “나라를 되찾은 기쁨의 그 날을 국민과 함께 경축한다. 되찾은 그 나라가 79년이 지나 누구라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나라가 되었다”라고 언급, ‘건국’이라는 논란을 피해가면서 8·15를 ‘나라를 되찾은 날’로 언급했다. 한 대표는 “독립의 영웅들에게 독립운동의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라면서 “그 용기와 헌신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그 마음 따라 배우면서 더 좋은 나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왜 좌우 역사 분쟁 해야 하나?"(박형준 부산시장)
한편 국민의힘 지자치장 중에는 통합을 강조한 이들도 있었다.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금년 광복절에 정말 아쉽게도 때 아닌 역사 분쟁이 일어나고 또 오해와 곡해로 비롯한 많은 일들이 정쟁으로 비화되어 광복절의 숭고한 뜻을 흐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 광복절에 우리가 왜 정쟁을 해야 됩니까? 그리고 광복절 앞에 우리가 왜 해방 이후에 있었던 좌우 역사 논쟁 같은 그런 분쟁을 해야 됩니까?”라면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번영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우리 다음 세대에게 더 발전시키도록 하는 발전의 계기로서 우리 광복절을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 광복회 지부도 참석하는 광복절 행사를 치른 유정복 인천시장도 ‘통합’을 강조했다. 유 시장은 8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뜻깊은 광복절에 중앙에서는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이 별도로 개최되는 사상 초유의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져 유감”이라면서 “진정한 광복의 의미는 자유는 물론 국민통합을 이루어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 나가는데 있는 만큼, 내년 광복 80주년 행사에는 중앙에서도 하나된 기념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을 말하기 전에 일본의 죄를 말해야" (유승민)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광복절 경축사를 갖고 야당인 민주당이 무색할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했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읽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늘이 어떤 날인지, 광복은 어떤 의미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365일 중 오늘만큼은 분명 통한의 역사를 기억하고 침략자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고 일본의 반성을 촉구해야만 하는 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일본’이 없다. ‘일제의 패망’이란 말이 딱 한번 등장한다”면서 “통일을 말하기 전에 35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 시절 우리 민족이 당했던 고난의 역사를 말하고 일본의 죄를 말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징용, 위안부, 홍범도 흉상, 사도광산 등 윤석열 정권 들어 역사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에 이어 오늘도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일본이 사라졌다. 이러다가 독도까지 잘못되는 거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참으로 이상하고 기괴한 일이다.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weird'란 단어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