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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북한 대남공작기관인 문화교류국 연계 혐의를 잡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인물에 대하여 국정원법 4조, 제5조에 따라 안보침해 범죄행위를 추적하여 왔다. 합법적인 직무수행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이적단체 한총련 출신들이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백두칭송 위원회’, ‘김정은 위인환영단’이라는 조직을 만드는 등 친북 행위와 함께 미 대사관 침입, 국회 의원실 기습 점거, 용산 대통령실 무단침입 시도 등의 전력이 있는 단체다.
이러한 단체와 인물에 대해 국정원이 국가안보 범죄 혐의와 관련 동향 수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직무다. 그 과정에서 지난 3월 22일 조사관 1명이 불법감금을 당하고 휴대폰을 탈취당하는 등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침해받은 일이 발생하였다. 이튿날, 총선이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 대진연은 촛불행동 등 좌파단체들과 함께 국정원 요원이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이슈화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공무수행 중인 국가 핵심 기관 요원의 신체에 폭력을 행사하고 휴대폰을 탈취하여 내용을 검사하는 등 범법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공권력과 법 집행 기능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시 대진연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었다면서 수사권도 없는 국정원에서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주장하였으나 개정된 국정원법 제4조에 의하면 국정원 직무에는 형법, 군형법, 군사기밀보호법,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범죄, 반국가단체와 연계되거나 그 정(情‧사정 또는 정황)이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 등에 관한 정보에 대한 수집·작성·배포 권한이 포함되어 있고 제5조에 따른 행정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있다. 법조계와 언론에서도 국정원이 수사절차에 관여하지는 못하지만, 관련 정보활동을 수행할 권한은 살아있고 국가정보기관의 기본임무로서 그 직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대진연을 비판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3개월 정도 지난 7월 5일, 이기헌 의원 등 대부분 전대협, 한총련 출신 경력을 가진 17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정원의 행정조사권인 대공조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비록 젊은 시절에 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한 전대협, 한총련 활동을 하였다고 하지만 이젠 엄연히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국회의원이다. 국가 안보 중추기관의 핵심적인 기능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입법을 기도해서야 되겠는가.
행정조사란 행정기관이 정책을 결정하거나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현장조사·문서열람·시료채취 등을 하거나 조사대상자에게 보고요구·자료제출요구 및 출석·진술요구를 행하는 활동이다. 즉 국가업무를 집행하기 위해 모든 국가기관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불가결한 기능이라 볼 수 있다.
현대행정이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는 행정조사와 관련된 판례가 축적되어 왔는데, 그 흐름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보호와 공익보호 사이에서 어느 편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라고 하는 이익형량(利益衡量‧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을 저울질하는 일)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는 야경국가 차원의 시각에서 국가는 수정헌법 제4조(비합리적인 수사와 압수금지)와 5조 자기부죄(自己負罪) 거부특권에 부합하도록 행정조사를 소극적으로 운용하였고 그 후 행정국가, 복지국가 차원의 적극행정이 필요한 1940년대 이후에는 행정조사에 대한 헌법의 방어가 서서히 약해지고 행정기관이 자료와 정보를 얻는 권한은 증대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행정조사가 국민의 기본권에 침익적 행위가 되는 경우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우리나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른바 법률유보조항이다. 다만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007년에 제정된 행정조사기본법의 형태로 행정조사의 근거규정이 마련되어 있고 행정조사에 관한 세부적 절차와 조사원칙 등을 규정하고 있어 법정책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미국은 발전된 현대행정의 역사를 가지면서 오랜 기간 많은 판례를 보유하며 행정조사권의 공익적 기능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공작과 우리나라의 종북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는 시점에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였다. 그리고 남은 것이 국정원법 제4조(직무) 1항에 있는 국정원의 핵심업무로서 국가안보침해 범죄정보에 대한 수집·작성·배포권한이다. 동조(同條) 1항 1호 업무가 국외 및 북한에 관한정보,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내란죄 외환의 죄, 군형법중 반란의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위반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에 대한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이다. 또한 그 직무권한을 수행하기 위한 이른바 대공조사권이 제5조에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이 어쩌다 대공 조사권으로 이름이 붙여졌지만, 모든 정부 부처의 업무수행을 위한 행정조사권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고유 업무 분야의 정보수집·배포권을 수행할 행정조사권의 일종이다.
모든 정부기관은 맡은 국가업무수행을 위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행정조사권을 발동한다. 행정조사는 현대 행정의 알파요, 오메가로서 필수불가결한 행정행위다. 이번 국정원법개정 발의는 대공수사권을 폐지한데 이어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부처의 업무수행의 필수요건인 국정원 기본임무수행을 위한 행정조사권(국정원 직무 및 대공조사권)을 폐지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국정원의 문을 아예 닫게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익수호를 위해 정보기관을 운영한다. 미국의 CIA, FBI, 영국의 MI5, MI6, 독일의 BND, 연방헌법보호청, 이스라엘의 모사드, 프랑스의 안보총국 그리고 전체주의 국가인 러시아의 FSB, SVR, 중국의 국가안전부 등이 대표적인데 모두 국가안전보장과 국익수호를 위한 기능을 하는데 특히 안보위해세력들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가장 중요한 핵심 업무다.
주변 4개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고 특히 분단 이후 한 번도 대남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린 적이 없는 핵을 가진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중추안보기관인 국정원의 핵심기능을 제거하려고 하는 법을 발의하였다는 것이 제정신으로 하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국가보안법철폐, 미군철수, 남한 공안기관무력화를 분단 이후 대남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끊임없이 도발해왔다. 최근에 이렇게 국정원을 무력화시키고 검찰청을 없애고 감사원의 기능을 축소하려한다고 하니 이게 북한의 대남전략목표를 자진하여 이루어 주려하는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처럼 해괴한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17여 명이 대부분 전대협, 한총련 경력을 가진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비서진 역시 그러했다. 당시 그들이 행한 정책들이 결국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던가. 한미, 한일, 남북관계 모두를 파탄내고 국민들에게 외면당하였으며 결국은 정권을 내놓고 말았던 것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영원하다. 어설픈 이념으로 국가 중추기관의 핵심기능을 농단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님을 자각하길 바란다. 이것은 정치 논리 문제가 아니고 국가 존립의 문제이다. 평생 안보현장을 지켰고 안보정책학을 탐구하는 학도로서 도저히 지켜볼 수만 없어 펜을 들 수밖에 없었다.
글=김석규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안보정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