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17일 안산주공6단지조합 소유주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최근 언론 보도로 인한 소유주들의 우려가 있어 당초 협업을 진행하고자 한 회사가 아닌 보다 전문화된 해외설계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안산중앙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페이퍼컴퍼니 해외 설계사무소’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소유주들에게 사실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2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17일 이른바 ‘글로벌 설계사무소 IDA’의 ‘허위 실체’를 사실상 인정하는 안내문을 안산주공6단지 소유주들에게 전달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안내문에서 “시공사 선정 후 협업이 가능한 해외설계사를 준비해 제안했다”며 “최근 언론 보도로 인한 소유주들의 우려가 있어 당초 협업을 진행하고자 한 회사가 아닌 보다 전문화된 해외설계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안산주공6단지 일부 소유주들은 “설계는 수주전에서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부분인데 언론보도가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싶다”며 우려했다. 또 다른 이들은 “명품단지 조성을 위해 실체도 없는 설계사와 그동안 어떤 협업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포스코이앤씨 측의 안내문에 불만을 나타냈다. 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해당 건설사의 이번 행위는 해당 사업지의 소유주를 얕보고 기망하는 것”이라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과연 이 같은 일을 했을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안산주공6단지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일부 소유주들은 총회를 불과 6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안내문’을 통해 “새로운 설계사무소를 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설령 해외 설계사무소를 파트너사로 선정한다 해도, 현재의 공사비에 맞는 명품설계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안산주공6단지 수주전에 참여하면서 ‘월드클래스 건축명작, 글로벌 해외설계사 IDA’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미국 뉴욕 기반의 세계적인 건축디자인그룹과 설계 협업을 한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매일경제TV, 조선일보 부동산 전문매체 ‘땅집고’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해당 설계사무소는 사실상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포스코이앤씨는 안내문을 통해 설계사 변경을 공식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항간의 의혹이 공문을 통해 사실로 확인이 됐다”며 “1군 건설사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충격”이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1군 건설사들은 주택정비사업 수주 참여 시 입찰준비 단계에서 설계와 같은 고도의 전문적 영역을 해외 업체와 협업하곤 한다. 더욱이 지역 랜드마크가 될 사업장 같은 경우 설계를 통해 회사의 진정성을 보여줘 왔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사업의 입찰 마감을 앞두고 해외 설계사 칼리슨 RTKL의 공동대표인 캐빈 혼, 클레이 마캄과 함께 사업지를 각각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제안서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임원과 실무진이 모두 현장을 틈틈이 찾기도 했다. 서울 응봉1구역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는 네덜란드 건축회사 유엔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는데, 디자인을 위해 유엔스튜디오 관계자가 직접 사업지를 방문해 지역의 특색을 담은 외관 디자인을 표현했다.
최근 롯데건설 역시 해외설계회사인 저디(JERDE)의 수석디자이너 존 폴린 부사장과 함께 신반포12차에 직접 방문해 최적의 설계안 도출을 위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폴린 부사장은 현장 조사와 함께 조합사무실을 방문해 조합장과 면담을 진행했고, 단지 곳곳에서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설계 필요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이같은 수주 행보의 중심에는 한모 대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이처럼 비상식적인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현 대표의 5연임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적 쌓기가 비교적 쉬운 정비사업에 주력해 대표의 연임에 직원들이 동원되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