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 질 무렵 동강대교 너머로 노을이 내려앉고 있다.(사진 제공 고명진)
“동강대교 야경이 한눈에” 동강 둔치
고명진(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
서울 대표 야경 명소가 한강이라면 영월의 야경 명소는 단연 동강이 흐르고 동강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동강 둔치라 하겠습니다. 서울에서 신문사 사진기자로 반평생을 일했던 저는 은퇴 후 아내와 영월로 귀촌했습니다. 12년째 영월에서 살고 있는데요. 집에서 가까운 동강 둔치는 저와 아내가 좋아하는 산책 코스이자 야경 명당입니다.
특히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이 시작되는 지점의 밤 풍경은 고즈넉한 것 같으면서도 역동적입니다. 비가 갠 직후, 맑은 하늘 사이로 뭉게구름이 덩실덩실 모이고 해가 막 산등성이를 넘어가 붉은빛들이 도시를 감쌀 때, 때마침 동강대교에 조명이 켜지고 건너편 집들도 하나둘 불을 밝히는 순간, 환상적인 야경이 펼쳐집니다. 그날의 날씨·온도·습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이 동강 둔치 야경의 매력입니다.
맑은 날 해 질 무렵 선돌전망대에 오르면 밤의 정취에 취하고 만다.(사진 제공 장하다)
“야경에 취해 시간 가는 걸 잊어버려요” 선돌전망대
장하다(아리랑관광 실장)
영월에서 나고 자라 35년째 살고 있는 영월 청년입니다. 영월 관광을 오면 선돌의 낮 풍경을 보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누군가 칼로 자른 듯한 선돌의 절벽 틈 사이로 서강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 그 자체입니다. 그런 선돌을 밤에 보면 어떨까요? 코로나19 이전, 영월투어를 진행할 때 뚜벅이 손님들이 오면 밤에 선돌로 안내했습니다. 좋은 풍경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취지에서였죠. 전망대 테라스에 서서 강바람 타고 날아 온 밤공기를 마시다 누가 하늘에 박아놓은 듯한 별을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도 종종 혼자 선돌에 가곤 하는데 석양을 보겠다고 해질녘에 갔다가 노을에 취해, 별에 취해 밤까지 눌러앉은 적이 있습니다. 올가을, 영월에 오신다면 해 질 무렵 선돌전망대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늘엔 별이, 땅에는 별처럼 반짝이는 사람들이 함께 있다.(사진 제공 최도단)
“별멍·물멍·산멍 모두 가능한 곳” 동강오토캠핑장
최도단(영월군청 공보팀 주무관)
영월은 서강과 동강이 흐르고 높은 산들이 병풍 치듯 빙 감싸고 있어 아름다운 야경 명소가 많습니다. 명소가 너무 많아 어디를 추천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동료들과 다녀온 동강오토캠핑장이 떠올랐습니다. 앞으로 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별마로천문대가 있는 봉래산과 마주해 낮에는 물멍, 산멍을, 밤에는 별멍을 즐기기 제격이거든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들어 갈 때 풀벌레 소리를 신호 삼아 고개를 들면 뻥 뚫린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 내릴 듯 반짝입니다. 자연의 소리를 벗 삼아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면 별이 나를 보는 것인지, 내가 별 속에 있는 것인지 모르게 몽환적인 기분이 듭니다. 동강오토캠핑장은 영월읍에서도 가까워 캠핑이 고프거나,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