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새벽녘까지 아시안 게임을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은 주로 태권도, 레슬링, 펜싱 등 우리나라 선수가 결승에 올라 온 종목 위주로 방송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좀 느긋한 마음으로 보려는데,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질러대는 소리에 도무지 경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발로 차야죠. 돌려차기 해야죠. 아, 차라니까, 저때 물러서면 안되죠. 마지막이란 각오로 정신을 집중해서 힘껏 차야 합니다』
 
그러다가 우리 선수가 득점이라도 하면, 거의 괴성을 지릅니다. 한 명이라도 좀 차분하면 덜 할텐데 두 명이 같이 소리를 지르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태권도 준결승 경기에서는 제가 보기에는 심판이 정당하게 외국 선수에게 점수를 주었는데, 해설자는 『저건 안 되죠. 심판이 저럴수가』하다가, 곧이어 우리 선수가 한 점을 따자 『네, 심판은 정확한 겁니다』하며 앞뒤 말이 다른 종잡을 수 없는 해설을 했습니다.

우리 선수가 발차기만 하면  무조건 『득점입니다』하고, 상대편이 공격하면 『저건 경고입니다. 경고줘야죠』하는 등 해설에 기준이 없었습니다. 
 
레슬링에서 그레코로만형 종목 경기를 보고 있는데 제가 경기 규칙을 잘 몰라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공격을 하던 선수가 어떻게 해서 도리어 두 점을 내 주었는지, 어떤 경우에 판정승으로 결판을 내는지,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의 차이는 뭔지 등에 대해서 해설자가 알려주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해설자는 이런 것을 알려주지 않고 『네, oo선수 이길 수 있습니다. 금매달 따야 합니다』하며 소리만 지르다가 경기가 끝났습니다.
 
중계 아나운서는 중계를 하고, 해설자는 좀 흥분되더라도 시청자에게 경기 규칙을 설명하고, 상대선수는 어떤 장단점이 있고, 점수가 나면 어떻게 해서 점수가 났는지 설명을 해줘야 경기를 즐길 수가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경기 도중에 너무 흥분되어 미처 설명을 못했다면 경기가 끝난 후에라도 이긴 선수는 어떤 기술이 상대편 보다 좋았다든가, 진 선수는 무엇이 부족했다든가 하는 총평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대회만을 위해 피땀 흘린 우리 선수들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국민이면 누구나 바라는 일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경기 해설자가 해설은 안하고 응원만 하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월드컵 경기 때 우리 선수가 오프사이드를 했다는 판정을 받자, 신문선 축구 해설위원은 다른 해설위원과 달리 우리 편을 들지 않고, 그것이 왜 오프사이드인가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이어졌고, 그는 중도에 해설을 포기하고 귀국을 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런 국민들이 무서워서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해설자들이 경기를 알뜰하게 설명 해주는 경우를 만나기가 힘이 듭니다. 특히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등 큰 경기를 중계할 때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집니다. 새벽에 경기 보다 괜히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