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저서《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어쩌면 퍼스트레이디》에도 신영복 등장

외교부 비밀문서 "북측이 ‘김일성 수령님의 명령’이라면서 집요하게 교환 인도를 요구한 사람이 바로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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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노동운동계의 대부(代父)였다. 각종 유인물이 비처럼 뿌려지는 연설대의 한가운데는 항상 그가 있었다.


껍질을 벗는 고통을 겪으면서 변신에 성공한 김문수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비판한 이유는 간단하다. 


문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로 신영복 전 교수를 꼽았기 때문이다. 


신영복 전 교수가 어떤 인물인가. 


1968년 8월 20일 제주 앞바다에 북한 공작선이 출현했다. 북 노동당의 남한 지하조직인 통일혁명당(통혁당)의 당수 김종태·이문규 등을 태우고 가려는 것이었다. 우리 군과 교전 끝에 북 공작원 12명이 사살됐다. 일명 통혁당 사건으로 김종태를 비롯한 주범 5명이 사형을 선고받고 158명이 검거됐다. 김종태는 4차례나 북한을 오가며 김일성을 면담하고 거액의 공작금을 받았다. 무장봉기와 정부 전복을 노리며 신영복·박성준·기세춘 등 학계·문화계 인사와 학생 등을 포섭했다. 통혁당 책임 비서였던 신영복, 청년 조직을 이끈 박성준은 각각 무기징역과 15년 형을 받았다.


신영복 전 교수는 1988년 사상 전향서를 쓰고 20년 만에 출소했다. 하지만 이후 “난 사상을 바꾼다거나 동지를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대학 강의를 하며 사상서를 출간했다. 자기 고유의 서예체인 ‘신영복체’도 만들었다. 좌파에선 그를 ‘진정한 인문학자’라고 칭송했지만, ‘주체사상 신봉자’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신 전 교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때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신 전 교수가 복역 중이던 1978년에 남베트남 패망 때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사이공에 억류되어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3명의 우리 외교관을 두고 남북한이 비밀협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 북측이 ‘김일성 수령님의 명령’이라면서 집요하게 교환 인도를 요구한 사람이 바로 신영복이었다. 


조 대표는 이 같은 팩트를 비밀해체 된 ‘베트남 억류공관원 석방 교섭 회담(뉴델리 3자회담)’란 외교부 문서를 통해 밝혀냈다. 


김문수 위원장이 신 전 교수를 존경한다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한 이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리셉션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 했습니다. 오늘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우정이 강원도의 추위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리라 믿습니다.〉


문 전 대통령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란 당명이 만들어진 것도 신 전 교수 때문이라 한다. 


"신 선생은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라는 당명(黨名)을 주고 가셨다. 선생의 ‘더불어숲’에서 온 말이다. 여럿이 더불어 함께하면 강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많은 촛불이 모이니 세상을 바꾸는 도도한 힘이 됐다. 촛불과 함께 더불어 정권을 교체하고 내년 2주기 추도식 때는 선생이 강조하신 더불어숲이 이뤄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문재인 전 대통령, 2017년 1월 15일 신영복 1주기 추도식에서)


신영복 전 교수의 흔적은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펴낸 저서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어쩌면 퍼스트레이디》에도 진하게 묻어있다. 


김정숙 여사는 신 전 교수를 비롯해 김제동, 손숙, 이은미씨 등 문화계 사람들을 인터뷰해 책을 냈다. 


시각과 진영에 따라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책을 보면 신 전 교수가 어떤 생각을 하는 인물인지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 있다. 


김정숙 여사-마지막 질문입니다. 선생님은 언제 행복을 느끼시는지 궁금해요(웃음)


신영복 전 교수-어떤 사람은 그러더라고요. 백화점에서 명품 구입할 때 열반을 느낀다고.(웃음) 저는 소비나 소유보다는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때 가장 행복해요. 또 한편으로는 저처럼 엄청난 일(?)을 겪은 사람들은, 꼭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아요. 감옥 독방에 있을 때 하루 두 시간, 신문지 만한 크기의 햇볕이 들어왔어요. 그 햇볕을 무릎에 받고 있을 때 참 행복했어요. 비록 감옥에 갇혀있지만 이 두시간의 햇볕만으로도, 세상에 태어난 것은 손해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거나, 더 많은 욕구와 욕망에 괴로워하는 것 역시 사실은 자본이 만들어 낸 거에요. 가끔 길 걸어가다가, '앗, 내가 혼자서 독보하고 있구나' 깨달을 때, 마침 그때 햇볕까지 쫙 비치면, 아! 행복하다. 느끼죠.(웃음) 


신 전 교수의 답변이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듯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실은 신 전 교수만 알 것이다. 그는 2016년 사망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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