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뉴시스
유승민 전 의원이 9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국민의힘 당권주자 중 지지율 1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 일부를 공유한 데 이어 ‘한겨레21’이라고 하는 주간지가 게재한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을 때, 유승민’이란 제목의 칼럼을 게시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이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승민이란 인물이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 친야 성향 매체에 실린 ‘유승민 긍정 평가’ 칼럼 내용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차후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한 번 따져봐야 할 대목은 바로 ‘유승민의 생각’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실제로 ‘당권’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을까.
만일 그런 결심을 했다면, ‘당권 도전’ 선언에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은 과거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해 ‘대국민 사과’ 또는 ‘대국민 해명’을 먼저 해야 한다. 유 전 의원은 최소한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까지 수차례에 걸쳐 “다음 대선 도전이 내 정치인생의 마지막”이란 식으로 얘기했다. 누가 묻지 않았고, 그런 결심을 강요한 이가 없었는데도 스스로 ‘마지막 도전!’ 운운했다.
2020년 5월 26일,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팬카페인 ‘유심초’에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내년 2021년 대선 후보 경선,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가 저의 마지막 남은 정치의 도전”이라고 밝혔다.
2020년 6월 4일, 유승민 전 의원은 또 “내년에 당 대선 후보 경선을 해야 하며, 1년10개월 후에는 대선이 남아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남은 저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며 “그것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11월 28일, 유승민 전 의원은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 팬 미팅에서 “이번 대선이 제 마지막 정치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배수진을 쳤다”고 밝혔다. 2021년 2월 4일에는 KBC 광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권 도전이 제 정치 인생을 완전히 총정리하는 마지막 도전이라고 배수진을 치고 지금 대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해 3월 29일에는 “이번(2022년 대선)이 제 정치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4월 5일에는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오랫동안 즐기던 술·담배도 끊었다고 소개하면서 “이번이 제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배수진을 쳤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을 통해 21년 정치의 끝을 아낌없이 불태워 보겠다”고 말했다. 그해 6월 7일에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2년 동안 정치를 해왔는데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최선을 다해서 쟁취해봐야겠다 싶다”고 밝혔다.
대략 살펴봐도 이렇게 수차례에 걸쳐, 오랜 기간 ‘이번 대선이 정치 인생 마지막’이라고 운운했던 이가 바로 유승민 전 의원이다. 그렇다면 당시 이 ‘유승민’은 지난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당내 경선에서 ‘초선’ 김은혜 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에 패한 ‘유승민’, 정치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유승민’, 자신에게 호의적인 기사 또는 칼럼을 공유하며 넌지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게 아니냐고 의심받는 ‘유승민’과 전혀 다른 인물인가.
1992년 대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 선언’을 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95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했다. 실질적으로는 이미 그전부터 정치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공개적인 정치 행위를 한 시점은 ‘정계 은퇴’ 선언을 하고 나서 2년 반이 지났을 무렵이다. 김영삼 정부의 보복에 대한 걱정 등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DJ마저도 표면적으로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무게 때문에 2년 넘게 공식 정치 활동을 중단했던 셈이다. 그런데 유승민 전 의원은 대체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평소 했던 말과 달리 최소한의 ‘쇼’ ‘연기’조차 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일까.
이처럼 ‘정계 은퇴’를 번복한 데 대한 해명 없이 정치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층,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하기 어렵다. 여권 내 그 누구보다도 고결한 것마냥 ▲따뜻한 보수 ▲개혁 보수 ▲새로운 보수를 자처했던 유 전 의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줄기차게 ‘마지막’을 강조하며 마치 ‘정치 인생’을 끝낼 것처럼 선전하고 다닌 이유 ▲지금도 정치권을 떠나지 못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등을 진솔하게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참고로 유승민 전 의원을 위해 유명한 과거 사례를 조언한다. 앞서 언급한 DJ는 1997년 대선 출마 당시 상대방으로 ‘거짓말쟁이’란 공격을 받았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나서 정계에 복귀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새정치국민의회의 대선 후보였던 DJ는 “나는 거짓말한 게 아니라 약속을 못 지켰을 뿐이다”란 ‘명언’을 남겼다. 과연 유 전 의원은 어떤 논리로 현재 자신의 언행을 ‘정당화’할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