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전 이곳 기자수첩에 올린  < "밥 먹었느냐"는 인사말> 이란 글에 대해 '서환'이라는 분이 의견 메일을 보내 왔기에 이곳에 소개합니다.

----------------------------독자편지---------------------------------

이 상흔 기자의 기자 수첩  "밥 먹었느냐"는 인사말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어  적어 봅니다.  이 기자는 “이런 인사 말은 우리의 가난과 관계가 있습니다” 라고  대수롭지 않게 전제하고 있는데 저는  여기에  승복할 수 없는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어느 저명한 문학 평론가가  “‘진지 잡수셨습니까?’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라는 우리의 인사 말은  ‘Good morning’ ‘오하요  고자이 마스’ 보다는 덜 진취적이고   폐쇄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가진 남다른  불행과 고통(가난과   불안한 시대적  삶)때문에  왔을 것이다”라고  말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의 잘 나가는 젊은 지식인의 눈으로서는 외국의 모든 문물들이 부러움과 찬탄의 대상으로 보였고, 우리의 것은 낡고, 무기력한 것으로 보이는 시대적 상황이었던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이후로 시도 때도 없이 지각 있다고 생각되던 사람들의 글에서나, 예비군 훈련장의 정신 교육에서 "우리 민족은 수 천년의 역사 가운데 무려 천 번에 가까운 외침을 겪었고 가난에 찌들어  살아왔다" 라고 인용되어 왔습니다. 모두 지나친 자기  학대지요.
 
 1.  "진지 잡수셧습니까?"에 대한  다른 의견

사람들이 인사할 때는 상대방이 들어서 불편한 것은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밥 못 못었다고 하면 먹여주지도 않을 거면서  "너 밥 먹었니?"하고 인사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네가 안 먹었다면, 내가 너를 위해 밥을 먹여줄 수도 있는 자신감이 있을 때만 이러한  인사를 하는 것이다. 
또는 네가 네 힘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이런 인사 말을 하는 것이다. 
 
6.25때는 정말로 모든 사람들이 밥 먹는 것이  어려울 때였다.  
하루는 아침을 먹으려 할 때 평소에 친절히 지내던 이웃 할머니가 어린 아이를  등에 업고  오셨다.  우리 어머니는 외면을 하며  "우리는  아침  먹겠습니다"  하고 밥 상을 안으로 들였다.  
 
그 때  할머니는  "풀 좀 붙이려고 하는데  밥풀 종 조금 주시우" 하셨다.  어머니는  그 어린 아이가 먹을 정도의 밥을 떠서 할머니에게 드렸다. 외국 여행 중에 만난  현지인들과  반갑게 산에 오르는 케블 카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그들은  자기네끼리 싸 온  샌위치를 먹으면서  빈 말로라도 한 쪽 먹어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할가 봐  걱정을 했다는  어느 여행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만나면 "밥 먹었냐?" 하고 물을 수 있는 우리의 인사 말은  그만큼 의 따사로움과  여유가 있었던 민족의  역사에서나 찾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인사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2번 글
 
"'Good morning!'  '오하요 고자이 마스'  얼마나 밝고, 진취적이며  생동감 있는 인사 말입니까? 그런데 우리의  아침 인사는  수천년 동안  외침의 위협 속에 살아 온 탓에  '밤 새 안녕히 주무셧습니까?' 인데  이 얼마나  지지리 못 난 인사 말인가?" 

이런  글들을 보신 기억이 나시는지요?  저의 경우는 이와 다릅니다.
 
베트남에  근로자로 가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단 잠에 들엇을 때엿습니다.  자정이 넘었을 때인데  로켙 포탄  몇 발이 근처에서  작렬하는 소리에 벌떡 놀라  옷도 변변히 못 입고 비상 벙커로 뛰어들었습니다.
 
전기도 있고, 물도 있는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미군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부대 한쪽에 숙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시간을 그 속에서 대기하다가  경계가 해제되어 돌아오기는  했어도 그 밤을 도저히 "안녕히"  잘 수는 없엇습니다. 
 
다음 날  날이 밝아 샤워장에  갔었을 때,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월남인이거나, 모두가 첫 마디에  감정을  한껏 넣어서  "Good  Morning!" 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편안한 표현입니까? 간 밤의 악몽은 생각하기도  싫은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모두가 그 악몽을  겪은 것을 서로 아는 터에  "밤 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라고 할 수 있었을까요?  
 
한국 말 아침 인사에  "밤 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하는 말은  그만큼   안녕히주무실 수 있는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요? 
 
만약에 우리 역사가  안녕히 잘 수 없는 불안과 공포의  연속이었다면, 그런 인사 말은 살아남지 못 햇을 것입니다.  오히려 "굿 모닝", "짜오 안",  "오하요 고자이 마스" 등은 간 밤을 안녕히 자지 못한 민족들이 간 밤의 불안을  되살리지 않기 위해 만들어 낸  아침 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