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중국 왕이가 요구한 '5개 응당'은 '5개 부당'이다

중국은 독립자주, 상호존중-내정불간섭, 유엔헌장의 원칙 등을 준수하고 있나?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8월9일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5개 응당'이라는 부당한 요구를 들이밀었다. 사진=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외교부장은 8월 9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중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왕이는 5개조의 요구를 들이밀었다. 제목은 ‘5개 응당을 견지하라(堅持五个 ‘应当')’. 왕이가 “(한중) 양국민이 바라는 최대 공약수이자 시대 흐름에 따른 필연적 요구”라고 주장한 ‘5개 응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마땅히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 외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应当坚持独立自主,不受外界干扰)’

 

2. 마땅히 근린 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해야 한다 (应当坚持睦邻友好, 照顾彼此重大关切)

 

3. 마땅히 개방과 협력을 견지해 공급망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 (应当坚持开放共赢,维护产供链稳定畅通)

 

4. 마땅히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상호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应当坚持平等尊重,互不干涉内政).

 

5. 마땅히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원칙을 준수한다 (应当坚持多边主义,遵守联合国宪章宗旨原则)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응당’ 받아들여야 마땅한 말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이 정말 ‘응당’한 것인지는, 중국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


먼저 ‘마땅히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 외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말부터 보자. 이 말은 중국이 과거 한미동맹을 흔들고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 할 때마다 흔히 써왔던 말이다. 

중국의 이런 소리는 1876년 강화도조약 제1조에서 일본이 한국을 청나라의 영향권에서 이탈시키기 위해 “조선국은 자주 국가로서 일본국과 평등한 권리를 보유한다”라고 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청일전쟁 후인 1895년 시모노세키조약에서도 일본은 조약 제1조에 “청은 조선이 완결 무결한 자주 독립국임을 확인하며 무릇 조선의 독립 자주 체제를 훼손하는 일체의 것, 예를 들면 조선이 청에 납부하는 공헌, 전례 등은 이 이후에 모두 폐지하는 것으로 한다”는 요구를 담았다. 그것이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제의 식민지배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한 것이었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과연 대한민국을 ‘독립자주’ 국가로 여기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No’일 수밖에 없다. 2017년 4월 미중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고 말한 것은,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마땅히 근린 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해야 한다”는 항목을 보자. 그 속내는 한 마디로 문재인 정권이 중국에 약속했다는  ‘사드 3불(不)’, 즉 ▲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3개항을 윤석열 정부도 지키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외교부 대변인 왕원빈이 8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와 관련,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명백히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며, 중국은 한국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不) 1한(限)의 정치적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고 주장한 데서 잘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오히려 중국은 한국의 ‘중대 관심 사항’을 얼마나 ‘배려’했는지 따져야 한다. 북핵, 탈북자, 한한령, 중국 어민의 불법 어로 등의 문제에 대해 중국은 털끝만큼이라도 ‘배려’ 한 적이 있나?


세 번째, ‘마땅히 개방과 협력을 견지해 공급망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는 삼척동자라도 금방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공급체인’ 개편에 동참하지 말라는 소리다. 

이런 주장은 바로 그 다음에 따라오는 ‘마땅히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상호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제1항에서 ‘독립자주’ 운운했던 것과 모순된다. 글로벌공급체인 개편에 참여하건 말건, 그것은 독립자주 국가인 대한민국의 선택이다. 중국이 정말 평등과 존중을 진정 중히 여기고,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소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왕이는 제4항에서 ‘마땅히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상호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지만, 지난 수년간 중국이 보여준 행태는 이와 달랐다.

일례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작년 대선 과정에서 ‘내정 간섭’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작년 7월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공고한 한·미 동맹의 기본 위에서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다져진 국제적 공조와 협력의 틀 속에서 대중국 외교를 펼쳐야 수평적 대중(對中) 관계가 가능하다”고 하자, 다음날 이를 반박하는 칼럼을 한국 신문에 기고했던 것이다. 싱 대사는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이라는 칼럼에서 “한·미 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된다”며 “중·한 관계는 결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싱 대사는 “천하의 대세를 따라야 창성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중국 뒤에 줄을 서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사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베이징이 아니라 지방 도시인 칭다오에서 연 것부터 ‘상호존중’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중국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지난 7월 26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에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총서기와 회담했다. 중국이 한국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게 느껴진다.

평등과 존중에 반하는 중국의 행태는 끝이 없다. 아니 평등과 존중이라는 의식 자체가 중국인의 DNA에는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2010년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 당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공개석상에서 "중국은 대국이고, 다른 나라는 소국이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양제츠는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던 2018년과 2020년 방한 당시 ‘서울에서 보자’는 한국 측 제안을 일축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들(정의용·서훈)을 부산으로 호출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11월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한국에 갈 테니 서울공항을 비워달라”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중국을 출발하더니, 도착과 동시에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일개 외교부 부국장인 천하이는 사드 사태 초기인 2016년 12월 한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혼밥'을 먹게 한 것, 중국측 경호요원들이 한국 기자들을 폭행한 것 역시 '상호존중'과는 아주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은 수교 이래 차관 내지 장관급 인사를 주중대사로 파견했지만, 중국은 과장 내지 부국장급 인사를 주한대사로 보내곤 했다. 이 또한 한국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아니다.


다섯째, ‘마땅히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원칙을 준수한다’는 말도 듣기는 아름답지만 속에는 가시가 있는 말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말하는 ‘다자주의’는 미국을 비판하고 견제할 때 흔히 사용하는 주장이다. 그거야 중국의 외교정책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이 과연 ‘유엔헌장의 원칙’ 준수 운운할 자격이 있는 나라인지부터 의심스럽다. 

유엔헌장 제1조는 ‘유엔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1.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이를 위하여 평화에 대한 위협의 방지·제거 그리고 침략행위 또는 기타 평화의 파괴를 진압하기 위한 유효한 집단적 조치를 취하고 평화의 파괴로 이를 우려가 있는 국제적 분쟁이나 사태의 조정·해결을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또한 정의와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실현한다.

2. 사람들의 평등권 및 자결의 원칙의 존중에 기초하여 국가간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며, 세계평화를 강화하기 위한 기타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3.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또는 인도적 성격의 국제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달성한다.

4. 이러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각국의 활동을 조화시키는 중심이 된다.

중국은 이런 원칙들을 지키는 나라인가?
우선 중국은 6‧25 당시 유엔헌장 제1조 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파병된 유엔군에 맞서 ‘중국인민의용군’으로 위장한 군대를 보내, 평화와 안전을 파괴한 전과가 있는 나라다.

또 중국은 오늘날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의 민족운동을 잔인하게 탄압하고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함으로써 제1조 2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자결의 원칙’과 제1조 3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난폭하게 침해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고 있는 야만적인 학살을 규탄하지도 않았다. 입으로만 ‘평화’를 외치면서 뒤로는 러시아와 야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나라가 ‘유엔헌장의 원칙 준수’운운하는 것은 위선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대한민국의 독립자주를 인정할 생각도, 근린우호를 견지하고 우리의 관심사항을 배려할 생각도, 평등과 존중을 견지하고 내정간섭을 하지 않을 생각도, 유엔헌장을 준수할 생각도 없는 나라이다. 중국인들에게는 그런 DNA가 없다. 

왕이가 들이민 '5개 응당'이라는 것은 한 마디로 말 다르고, 행동 다른, 이중적인 요구이다. '5개 응당'이 아니라 '5개 부당'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1915년 일본이 중국에 요구했던 '21개조의 요구'만큼이나 사악하고, 제국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요구이다. 윤석열 정부는 '5개 응당'에 대해 '1개 응당'으로 맞서야 한다. " 중국의 요구는 '응당'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이다.

입력 : 2022.08.11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