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생각하는 게 다 보여.

나도 생각해 봤어. 예전의 우리 모습을.

그리고 어떻게 새로 시작할지를.

가망 없는 꿈을 꾸는 사람(a hopeless dreamer)일지도,

어쩌면 잘못된 생각일지도 몰라.

하지만 푸른 초원이 있는 곳(where the grass is green)으로 갈거야.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헤이 유진!(Hey Eugene!)’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미국의 재즈밴드 핑크 마티니(Pink Martini)가 부른 ‘Splendor in the Grass’이다. 노래는 밴드의 게스트 싱어 스톰 라지(Storm Large)가 불렀다.

곡이 너무나 부드럽고 아름다운데 노랫말까지 좋다. 곡과 노랫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한쌍이 또 있을까.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지금은 서로가 멀어져 있다. 서로가 가까워지기 위해선 갈등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당장은 희망이 없는 몽상가(A hopeless dreamer)일지 몰라도, 그런 몽상이 잘못된 일일지라도, 마음은 푸른 초원을 꿈꾼다. 그리고 한 마디 툭 던진다.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if you like to come along)?, 라고.

핑크 마티니가 2009년 발매한 네번째 앨범 《Splendor in the Grass》

돌이켜보니, 이 일을 시작할 때

언제나 더 많은 걸 이루려고 했어

그러나 내가 매번 그걸 얻어도 똑같더라고.

돈이란 참 변덕스러워. 그걸 뒤쫓는 데 지쳐버였어.

니 눈을 들여다보니 너도 똑같이 느끼는 것 같더라.

노랫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깊이 삶의 무언가를 건드린다. 삶은 미친듯이 바삐 움직이는데 잠시라도 머리를 풀밭에 쉬게 하면 좋으련만. 저 자연의 대지, 그러니까 하루 하루가 신(神)의 선물로 빛이 나고, 밤엔 별빛이 가득한 곳에서.

삶은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어. 천천히 가도 될 텐데 말이지. (Life is moving oh so fast, I think we should take it slow)

머리를 풀밭에 쉬게 하면서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봐. (Rest our heads upon the grass. And listen to it grow)

초록으로 가득한 언덕, 차들은 거의 없거나 멀리 있는 곳이야. (Going where the hills are green, and the cars are few and far)

하루 하루는 빛으로 가득하고, 밤엔 별들을 볼 수 있어. (Days are full of splendor, and at night you can see the stars)

12인조 대형 밴드인 핑크 마티니는 클래식, 클래식 팝, 라틴음악, 재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어 ‘작은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하버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토마스 로더데일(Thomas Lauderdale)과 차이나 포브스(China Forbes)가 밴드의 추축이다. 그러나 두 사람과 함께 스톰 라지는 핑크 마티니의 사운드를 구현하는, 현재 진행형의, 엄청난 재능의 훌륭한 보컬이다.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과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다. 목소리, 감정, 그 표현이 모두 완벽하다. 그리고 멋진 연주의 오케스트라도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이 곡은 특히 결혼식 축가로도 널리 불린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제1악장 테마가 삽입되어 더 극적이고 곡이 풍성해졌다. 차이나 포브스가 이 곡을 부른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어느 팬은 이렇게 예찬한다.

스톰이 노래하면 난 기억하고 시간은 잠시 멈춘다. (When Storm sings, I am memorized and time stands still for a moment.) 

핑크 마티니는 2010년 3월과 2013년 3월 두 차례 내한 공연을 가진 적이 있다.

다음은 첫 공연 당시 공연 기획사 측이 낸 보도자료 중 일부다.

<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와 미술을 전공했던 토마스 로더데일과 차이나 포브스를 비롯한 12명의 초호화 라인업으로 구성된 핑크 마티니(Pink Martini)의 음악은 클래식,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와 언어의 장벽까지 넘나드는 풍부한 레퍼토리로 너무나 인상적이며 신선하고 맛있다.

“차이나와 저의 가족은 모두 다문화적이에요.”

로더데일이 말한다.

“핑크 마티니에 있는 모든 멤버들은 여러 언어들을 공부했으며 또한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온 세계 여기저기서 배웠어요. 그래서 모든 멤버들이 언젠가는 곡을 작업하는데 참여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이로 인하여 우리의 레퍼토리는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다양하구요. 한 순간 브라질에 있는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의 쌈바 퍼레이드에서 들을 만한 곡이 나오는가 하면, 곧 이어 순식간에 프랑스의 1930년대의 홀에서나 나올 법한 음악이나 나폴리(Napoli)의 팔라초(palazzo)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죠.”

핑크 마티니는 1997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유럽 데뷔 한 이후 25여 개를 넘는 오케스트라와 전 세계를 누비며 성공적인 공연을 가지기도 했으며 카네기홀 공연은 2회 매진, 리모델링된 뉴욕의 현대미술관의 오프닝과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 한 바 있다. 1997년 프랑스 칸 영화제 당시 이들의 공연을 보던 샤론 스톤이 흥겨움에 무대로 뛰어 나와서 함께 춤추며 즐겼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핑크 마티니의 데뷔 앨범인 《Sympathique》는 순식간에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프랑스의 Victoires de la Musique Awards에서 “올해의 곡”과 “최우수 신인 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데뷔 앨범에 이어, 《행 온 리틀 토마토(Hang On Little Tomato)》와 《헤이 유진(Hey Eugene!)》을 발매 하였으며 이들 음반은 세계적으로 200만 장을 넘는 판매율을 기록했다.

누구나 가장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그의 커리어에 최대 중요한 순간을 만날 수 있다. 핑크 마티니의 경우에는 국제연합(UN)에서부터였다. 당시 국제연합(UN)의 회장은 핑크 마티니의 2번째 앨범인  《행 온 리틀 토마토》를 그의 첫 공식적인 회의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마케도니아의 출신인 회장은 이들 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것이다. (하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