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3년 10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이끈 상미회 여행단에 참석해 유럽 일대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스위스, 이탈리아 밀라노, 체코 프라하 등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를 많이 돌아보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나라는 독일이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 결정을 발표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덴바덴’ 시가 우리나라의 웬만한 읍내 보다 크기가 작다는 사실을 알고 대단히 놀랐습니다. 바덴바덴 시내 유명한 곳은 걸어서 모두 둘러 볼 수 있습니다.
도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을 지하로 내놓았습니다. 바덴바덴의 공원에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인 '피에르 쿠베르탕'의 동상이 있습니다. 이 일대의 산책로는 마치 어느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숲과 도시가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독일 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도시는 '드레스덴'이었습니다. 드레스덴은 겉보기에는 고색창연해 보이지만, 1945년 초의 대공습으로 잿더미가 되었던 도시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고색창연한 건물 대부분이 전후에 복원된 것입니다.
드레스덴의 상징물 정도 되는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도 폭격으로 완파되었습니다. 전후 동독 정부는 오페라 하우스 잔해에서 돌덩이 하나도 버리지 않고, 복원에 사용했습니다. 서독 정부는 동독에 있는 드레스덴 지역의 건물 복원에 많은 돈을 지원했습니다.
오페라 앞 광장(극장 광장) 주변에는 성당, 옛 궁전, 박물관, 교회 등 엄청난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이 건물들도 대부분 복원된 것입니다. 드레스덴은 지금도 복원중인 도시입니다.
수십년간 도시를 복원하고 있는 독일인들의 집념을 보면서, 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동시에 우리의 서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은 600년 간 이 나라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주요한 요충지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각 나라가 각축을 벌여온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독일에 오기 전 체코 프라하도 돌아보았습니다. 프라하 시내로 들어가기 전 언덕 위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모습은 마치 중세의 영화 세트장을 옮겨 놓은 것처럼 인상적입니다. 프라하는 유럽에서 드물게 600년간 한번도 파괴되지 않은 도시라고 합니다.
수많은 문필가들로부터 ‘유럽의 보석‘이라고 칭송받아 온 프라하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 시내를 걷는데, 사람(관광객)에 치여서 제대로 걷지를 못할 정도입니다.
최근 서울 시청 청사 신축 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기존 시청을 헐어낸 자리에 고층건물을 새로 올리겠다고 합니다.
서울을 어떻게 꾸미든, 시청 자리에 어떤 건물을 올리든 서울이란 도시가 입이 없는 한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서울의 얼굴은 전적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서울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의식전환 문제인데, 사실 그 의식전환이라는 것도 무슨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백지 한 장 차이도 되지 않습니다. 이명박 시장이 처음 청계천 복원한다고 할 때 그 말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었을까요. 그런데, 막상 공사가 시작되고 청계천이 복원되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상가는 어떻게 하느냐", "교통체증은 어떻게 하느냐", "서울의 땅값이 얼마인데 그 귀한 땅을 개울로 만드느냐" 등등등. 이 모든 우려와 공사 중에 겪은 불편은 서울 시민들이 돌려받은 행복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저는 최소한 궁궐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4대문 안 만큼은 600년 수도 서울의 당당한 모습을 남겨주겠다는 모진 마음을 우리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첫 번째 작업으로, 광화문 광장을 만들 것을 수년전부터 주장해오고 있습니다(이곳 기자수첩에 관련된 저의 글만도 너덧 개는 됩니다).
물론 광장 자체가 제가 바라는 궁극적 목적이 아닙니다. 그 광장은 경복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공간이어야 하고, 전통과 현재가 함께 숨을 쉬는 공간으로 살아나야 합니다. 먹기 살기 바쁜데, 구시대 유물인 경복궁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제가 1월26일 쓴 ‘훌륭하다! 유홍준!! -광화문 광장 조성’ 글에 달린 댓글 참조).
답은 간단합니다. 경복궁은 오늘날 우리에게 풍부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남겨준 산실입니다. 경복궁은 우리나라가 존재 하는 한 천년만년 존재해야 하는 곳입니다. 또 도시는 시대의 흔적을 지우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면서 발전해야 합니다.
경복궁 복원에는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반드시 경복궁을 예전의 위엄 있는 모습으로 되돌리겠다 것과, 경복궁 주변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복궁을 우악스럽게 짓누르고 있는 청와대 건물을 비롯해,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어색한 민속박물관을 하루 빨리 철거해야 합니다.
경복궁 곳곳에 있는 현대식 건물도 모두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될 건물들입니다. 청와대는 경치 좋은 한강변으로 옮기면 됩니다. 대명천지 21세기에 대통령이 왜 산비탈 음습한 구석에 처박혀 시민과 동떨어진 별나라 생활을 즐기는지 저는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경복궁 복원을 진행함과 동시에, 현재 광화문 세종로 일대에 있는 정부 소유 빌딩을 하나씩 헐어내면 광화문 광장을 빠른 시일내 조성할 수가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 조성은 구 도심 복원의 첫 단추에 불과합니다. 조성된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을 출발점으로 하여 창덕궁, 창경궁까지 이어지는 전통거리를 만드는 것이 제가 바라는 서울의 모습입니다. 조성된 전통거리에 들어설 소위 말하는 '콘텐츠'는 머리를 맞대고 채워 나가면 됩니다.
최근 광화문 광장과 더불어 경운궁(덕수궁) 까지 잘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바로 서울 시청 신축계획이 그것입니다. 일제 때 지은 현재의 서울 시청 건물은 총독부 건물과 함께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건물입니다.
그나마 총독부 건물은 나름대로 역사성이라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철거 문제에서 논쟁거리라도 제공했지만, 서울 시청 건물은 역사성도 없고, 미관상으로도 볼품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 시청 건물은 총독부 건물처럼, 경복궁의 전방을 가로 막기 위해 세운 아주 기분 나쁜 목적의 건물입니다. 보존 가치로 보자면 우리 시골에 있는 백년된 기와집만도 못한 위치에 있습니다.
서울 신청사를 꼭 현재 위치에 새우려고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곳을 잠시 비워놓고 경운궁과 경복궁과 연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집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땅을 우리 계획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수십년 만에 찾아왔는데, 너무 아무생각없이 일을 진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독일 드레스덴은 이 시간에도 복원중입니다. 선조들의 영광을 기리고, 후손의 미래를 위해 손바닥 만한 땅덩어리조차 내주기 아까워하는 우리 기준에서 보면, 잿더미가 된 건물 하나를 복원하기 위해 수십년간 매달려 있는 독일 국민들이 분명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 결정을 발표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덴바덴’ 시가 우리나라의 웬만한 읍내 보다 크기가 작다는 사실을 알고 대단히 놀랐습니다. 바덴바덴 시내 유명한 곳은 걸어서 모두 둘러 볼 수 있습니다.
도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시내로 들어가는 큰 길을 지하로 내놓았습니다. 바덴바덴의 공원에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인 '피에르 쿠베르탕'의 동상이 있습니다. 이 일대의 산책로는 마치 어느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숲과 도시가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독일 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도시는 '드레스덴'이었습니다. 드레스덴은 겉보기에는 고색창연해 보이지만, 1945년 초의 대공습으로 잿더미가 되었던 도시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고색창연한 건물 대부분이 전후에 복원된 것입니다.
드레스덴의 상징물 정도 되는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도 폭격으로 완파되었습니다. 전후 동독 정부는 오페라 하우스 잔해에서 돌덩이 하나도 버리지 않고, 복원에 사용했습니다. 서독 정부는 동독에 있는 드레스덴 지역의 건물 복원에 많은 돈을 지원했습니다.
오페라 앞 광장(극장 광장) 주변에는 성당, 옛 궁전, 박물관, 교회 등 엄청난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이 건물들도 대부분 복원된 것입니다. 드레스덴은 지금도 복원중인 도시입니다.
수십년간 도시를 복원하고 있는 독일인들의 집념을 보면서, 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동시에 우리의 서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은 600년 간 이 나라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주요한 요충지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각 나라가 각축을 벌여온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독일에 오기 전 체코 프라하도 돌아보았습니다. 프라하 시내로 들어가기 전 언덕 위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모습은 마치 중세의 영화 세트장을 옮겨 놓은 것처럼 인상적입니다. 프라하는 유럽에서 드물게 600년간 한번도 파괴되지 않은 도시라고 합니다.
수많은 문필가들로부터 ‘유럽의 보석‘이라고 칭송받아 온 프라하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 시내를 걷는데, 사람(관광객)에 치여서 제대로 걷지를 못할 정도입니다.
최근 서울 시청 청사 신축 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기존 시청을 헐어낸 자리에 고층건물을 새로 올리겠다고 합니다.
서울을 어떻게 꾸미든, 시청 자리에 어떤 건물을 올리든 서울이란 도시가 입이 없는 한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서울의 얼굴은 전적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서울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의식전환 문제인데, 사실 그 의식전환이라는 것도 무슨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백지 한 장 차이도 되지 않습니다. 이명박 시장이 처음 청계천 복원한다고 할 때 그 말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었을까요. 그런데, 막상 공사가 시작되고 청계천이 복원되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상가는 어떻게 하느냐", "교통체증은 어떻게 하느냐", "서울의 땅값이 얼마인데 그 귀한 땅을 개울로 만드느냐" 등등등. 이 모든 우려와 공사 중에 겪은 불편은 서울 시민들이 돌려받은 행복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저는 최소한 궁궐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4대문 안 만큼은 600년 수도 서울의 당당한 모습을 남겨주겠다는 모진 마음을 우리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첫 번째 작업으로, 광화문 광장을 만들 것을 수년전부터 주장해오고 있습니다(이곳 기자수첩에 관련된 저의 글만도 너덧 개는 됩니다).
물론 광장 자체가 제가 바라는 궁극적 목적이 아닙니다. 그 광장은 경복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공간이어야 하고, 전통과 현재가 함께 숨을 쉬는 공간으로 살아나야 합니다. 먹기 살기 바쁜데, 구시대 유물인 경복궁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제가 1월26일 쓴 ‘훌륭하다! 유홍준!! -광화문 광장 조성’ 글에 달린 댓글 참조).
답은 간단합니다. 경복궁은 오늘날 우리에게 풍부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남겨준 산실입니다. 경복궁은 우리나라가 존재 하는 한 천년만년 존재해야 하는 곳입니다. 또 도시는 시대의 흔적을 지우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면서 발전해야 합니다.
경복궁 복원에는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반드시 경복궁을 예전의 위엄 있는 모습으로 되돌리겠다 것과, 경복궁 주변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복궁을 우악스럽게 짓누르고 있는 청와대 건물을 비롯해,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어색한 민속박물관을 하루 빨리 철거해야 합니다.
경복궁 곳곳에 있는 현대식 건물도 모두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될 건물들입니다. 청와대는 경치 좋은 한강변으로 옮기면 됩니다. 대명천지 21세기에 대통령이 왜 산비탈 음습한 구석에 처박혀 시민과 동떨어진 별나라 생활을 즐기는지 저는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경복궁 복원을 진행함과 동시에, 현재 광화문 세종로 일대에 있는 정부 소유 빌딩을 하나씩 헐어내면 광화문 광장을 빠른 시일내 조성할 수가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 조성은 구 도심 복원의 첫 단추에 불과합니다. 조성된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을 출발점으로 하여 창덕궁, 창경궁까지 이어지는 전통거리를 만드는 것이 제가 바라는 서울의 모습입니다. 조성된 전통거리에 들어설 소위 말하는 '콘텐츠'는 머리를 맞대고 채워 나가면 됩니다.
최근 광화문 광장과 더불어 경운궁(덕수궁) 까지 잘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바로 서울 시청 신축계획이 그것입니다. 일제 때 지은 현재의 서울 시청 건물은 총독부 건물과 함께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건물입니다.
그나마 총독부 건물은 나름대로 역사성이라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철거 문제에서 논쟁거리라도 제공했지만, 서울 시청 건물은 역사성도 없고, 미관상으로도 볼품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 시청 건물은 총독부 건물처럼, 경복궁의 전방을 가로 막기 위해 세운 아주 기분 나쁜 목적의 건물입니다. 보존 가치로 보자면 우리 시골에 있는 백년된 기와집만도 못한 위치에 있습니다.
서울 신청사를 꼭 현재 위치에 새우려고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곳을 잠시 비워놓고 경운궁과 경복궁과 연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집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땅을 우리 계획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수십년 만에 찾아왔는데, 너무 아무생각없이 일을 진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독일 드레스덴은 이 시간에도 복원중입니다. 선조들의 영광을 기리고, 후손의 미래를 위해 손바닥 만한 땅덩어리조차 내주기 아까워하는 우리 기준에서 보면, 잿더미가 된 건물 하나를 복원하기 위해 수십년간 매달려 있는 독일 국민들이 분명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