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60조 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의 세수(稅收) 오차를 내면서 경제부총리가 세제실의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

다만 세수 오차에 대해 총책임자인 부총리가 세제실만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수십조원의 세수 초과로 인해 여당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주장하면서 대선과 지방선거 등 선거를 앞두고 금권선거 우려도 이어지는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제실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기재부는 2021년 세수 추계에서 본 예산 대비 60조원에 달하는 국세 수입 오차를 냈다. 애초 예상한 282조7000억원보다 60조여원이 더 걷힌 것으로, 오차율이 20%를 넘는 유례없는 수준이다. 

오차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집값 급상승으로 예상보다 재산세 등 세금이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전에도 10%에 가까운 세수 오차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하지 않은 재정당국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과거 최고치는 2018년 9.6%로 당시 25조원 이상이 더 걷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과도한 세수 추계 오류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이번 기회에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세제실을 대상으로 과감한 인사교류, 세수추계모형 재점검, 조세심의회 신설, 성과 평가 지표 운영 등 4가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세수추계 오차의 핵심 이유로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기재부의 다른 실·국과 달리 세제실은 업무가 워낙 전문적이고 복잡하다보니 인력운용이 폐쇄적이어서 외부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제실 사무관이 그대로 과장, 국장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고착됐고 외부 칸막이로 작용했다"며 "예산실처럼 예산심의회 같은 걸 만들어 다수의 지혜가 축적되는 공간을 만들고, 외부 실·국과 인사교류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수 추계의 총책임자인 홍 부총리가 모든 책임을 실무인 세제실로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세수 초과로 정치권의 추경 압박이 거세지는 점도 문제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조만간 제출할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서는 14조 원 규모에서 더 늘릴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추경 재원의 대부분이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며 "국회에서도 추경 규모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 입장이 존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급 세수 오차에 대해 지난 13일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한 것은 아쉽지만, 기업 실적·수출입·고용 등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의 여력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