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원고지 20매 안팎의 짧은 소설 33편을 240쪽에 담아냈다. 

A4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우면 2000자이다. 작품 한 편당 A4용지 2장 분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짧은 소설은 4쪽이었고, 가장 긴 것은 10쪽짜리였다.

책 표지를 마주하고는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생각해봤다. 갓 성인이 된 청년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만난 연상의 여인에 대한 연정을 담은 것은 아닐지, 무슨 알바를 했을지 상상해봤다. 

누나가 아닌 누님이라는 단어에서 청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정(假定)도 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목차를 주의 깊게 읽고 작가는 왜 이런 제목을 달았는지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다.

표지 왼쪽 위에는 ‘스마트 소설’이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그 아래 세로로 쓰인 제목과 또 그 옆에는 ‘누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양손으로 꽃 한 송이를 들고 있다. 이 꽃이 장미인지, 튤립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 누님은 양 볼에 연지를 묻혔고, 머리는 서양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화려한 여인의 장식과 비슷했다.

스마트 소설은 과거 몇몇 소설가가 발표한 짧은 소설을 의미하는 장편(掌篇) 또는 엽편(葉篇)소설과 비슷하다. 

‘스마트폰에 중독돼 집중력이 부족한 현대인을 배려한 소설’이라는 편견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 스마트 소설’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설집 제목은 작가가 군 제대 후 복학하여 공사판 페인트칠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버는 내용이 담겼다.

분량이 짧은 만큼 내용 전달에는 문제가 없을까.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고통을 느꼈던 살이 발리고 남은 뼈가 스마트 소설의 매력이다”고 밝혔다. 

작가 박인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호주와 영국에서 족부의학을 공부했다. 다수의 개인전을 연 화가이기도 하다. 2014년 계간지 《문학나무》에 소설 〈소금꿈〉을 발표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