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월 14일 열병식에서의 김정은 (사진=뉴시스). 북한 국장, 국무위원장 문장
북한은 지난 1월 14일 김정은을 조선노동당 총서기로 추대한 것을 축하하는 심야 열병식을 열었다. 가죽 롱코트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김정은은 신형 미사일 등을 사열하면서 파안대소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날 김정은의 배경에는 국무위원장 문장(紋章)이 보인다. 국무위원장 문장은 북한 국장(國章)을 약간 변형한 것이다.
북한 국장은 1948년 제정되었다. 북한의 헌법, 국호, 국기 등을 만들어준 소련이 이 국장 제정에도 영향을 주었다. 곡식 단, 공장, 발전소, 송전탑 등은 북한 뿐 아니라 ‘노동자-농민의 국가’를 자처하던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국장에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후일 북한은 국기와 국장을 소련이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을 감추고, 김일성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우상화 그림 중에는 김일성이 인민들에게 국기와 국장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 것이 있다.
북한 웹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015년 9월 8일 '국장, 국기도안창작가가 받아 안은 사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 따르면 북한의 이른바 공화국 창건 30돌을 맞아 1978년 9월 김정일이 ‘공화국 창건 수훈자’를 검토하던 중 국장 및 국기도안 창작 미술가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누군지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북한 국장과 국기를 도안한 사람은 충북 진천 출신의 월북화가 김주경. 1946년 월북한 후 헌법작성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어 북한 국장과 국기를 도안했는데, 그는 김일성의 지시와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의 지도를 받아 국장과 국기를 만들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우리 민족끼리’는 2015년 보도에서 오랫동안 잊혀 졌다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재발견된 김주경은 "이제는 손에서 붓을 놓은 지도 오래되었고 중병으로 신고하던 백발의 노인은 봄빛을 받타 청춘의 활력을 되찾은 듯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였다"고 했다. 김일성의 지시와 김정숙의 지도로 국기와 국장을 만들었던 노화가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재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한 눈에 봐도 김일성 일가 우상화의 냄새가 풀풀 난다.

1993년 북한은 국장을 일부 수정했는데, 상단부에 ‘혁명의 성지(聖地)’ 백두산을 추가했다. 같은 해 10월 채택되고 2000년 7월 수정된 북한 '국장법'은 이 국장을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 불패의 위력과 융성번영의 상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장법 3조는 이 국장의 양식에 대해 “세로의 직경이 더 긴 타원형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쓴 붉은 띠로 땋아올려감은 벼이삭의 타원형 테두리안에 수력발전소가 있고 그 위에 백두산과 붉은 오각별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주체의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에 ‘일제(日帝) 잔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국장 속에 보이는 ‘수력발전소’이다. 그 수력발전소는 일제가 1937~1943년 건설한 수풍댐이다. 일제는 만주에서 중화학공업을 일으키면서 수풍댐도 함께 건설했는데, 당시 동양 최대의 발전량(64만 kW)을 자랑했다. 소련도 이 수풍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 국장과 국무위원장 문장 속에 ‘혁명의 성지’ 백두산과 ‘일제 잔재’ 수풍댐이 공존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사실은 좋든 싫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제의 유산은 이런 식으로 남과 북을 막론하고 깊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