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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이 주장한 '대학 평준화' 의 모범 프랑스를 보니....

엘리트 양성기관인 그랑제콜은 평준화 제외... 마크롱 정권 이후 대학평준화 해제 진행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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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치-행정-재계 엘리트들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종의 ‘대학평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두관 의원은 7월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주장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찬성하면서 “국립대 같은 것을 옮기는 과감한 정책”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부연설명하면서 “서울대가 간다기보다는 지방에 있는 서울대학을 프랑스 파리처럼 국립대학을 해서 자격을 똑같이 부여하게 되면 훨씬 더, 굳이 부산에 있는 대학생이 서울에 와서 관악캠퍼스에 올 이유는 없거든요. 그런 측면도 한번 교육부에서 할 일이긴 하지만 고려해 봄직도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의원의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대입 과당경쟁 방지, 혹은 대학서열 해소를 내세워 다양한 이름의 ‘대학평준화’ 방안이 소위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제시되어 왔다. 국립대 연합체제 또는 네트워크 논의가 그것인데, 서울대 폐지(학부 개방) 또는 공동선발-공동학위를 핵심으로 하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방안이 많이 거론되어 왔다.

김두관 의원도 인터뷰에서 언급했지만, 이런 대학평준화론자들이 주로 주장하는 것은 프랑스의 사례이다. 프랑스에서도 원래 파리대학을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구조가 존재했었다. 그러다가 68사태 이후인 1971년 학벌주의 타파를 위한 교육개혁 차원에서 대학평준화가 이루어졌다. 유서 깊은 파리대학은 해체되어 파리 제○대학 하는 식으로 나뉘어졌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프랑스의 대학평준화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파리 시내에 있는 대학들과 그 밖의 대학들을 차별하는 국민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파리대학’들 가운데서도 소르본대학을 강하게 계승한 파리 제4대학이나, 부유층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파리대학은 빈민이나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학들보다 더 인정을 받았다. ‘들어가기는 쉽게, 나오기는 어렵게 한다’는 원칙에 따라 20% 정도의 학생들을 재학 중 탈락시키는 원칙은 비교적 엄격하게 준수됐지만, 학생들은 과밀한 데 비해 교수와 시설 충원이 뒤처지면서 교육의 질을 떨어뜨렸다. 이는 프랑스에서 자주 일어나는 학생 소요의 한 원인이 됐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프랑스에서는 대학은 평준화하면서도 ‘그랑제콜(grandes écoles)’이라고 불리는 엘리트 양성학교들은 그대로 존치시켰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 시대 내지 나폴레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랑제콜은 1971년 대학평준화 개혁에서도 제외되었다. 국립행정학교(ENA), 종합기술학교(에콜 폴리테크닉), 파리중앙공과학교(에콜 상트랄), 파리국립광업학교(에콜 데 민), 파리정치학교(Sciences Po), 파리고등상업학교(HEC Paris), 에섹경영학교(ESSEC), 파리고등사범학교(ENS Paris) 등 250여개의 그랑제콜이 있다. 선발 인원은 종합기술학교는 500명, 고등사범학교교는 200명, 국립행정학교는 100명에 불과하다.
일반 국립대학에는 바칼로레아라는 대입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원서만 내면 들어갈 수 있지만, 그랑제콜에 들어가려면 바칼로레아 성적 상위 4% 이내에 들어가야 하며, 2년 이상 별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학비도 거의 면제 받는 일반 국립대학과는 달리 한국돈으로 1500~2000만원 정도의 학비를 내야 한다. 대신 대접도 특별해서 교육예산의 30% 이상이 그랑제콜에 투입되며, 일반적으로 졸업시 석사학위를 받는다.
프랑스 하면 생각나는 사람들 중에는 그랑제콜 출신들이 많다. 생화학자인 루이 파스퇴르, 철학자 미셸 푸코, 장 폴 사르트르, 레몽 아롱, 자크 라캉, 사회학자 피에르 브르디외,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 피케티 등은 파리고등사범학교 출신이다. 에펠탑을 만든 귀스타브 에펠, 푸조자동차 설립자인 아르망 푸조, 미쉐린타이어 설립자 앙드레 미쉐린은 파리중앙공과학교 출신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 총사령관을 지낸 조제프 조프르, 페르디낭 포슈 장군,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종합기술학교(에콜폴리테크닉) 출신이다.
그랑제콜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하고 인맥이 화려한 곳은 국립행정학교와 파리정치학교(시앙스포)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엠마누엘 마크롱 현 대통령,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 전 사회당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 등은 국립행정학교와 파리정치학교 두 곳 다 졸업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올랑드 정권 시절 중소기업부 장관 등을 지낸 플뢰르 펠르랭도 두 학교를 다 나왔다. 프랑스 정계에서 대성하려면 이 두 학교를 모두 나와야 하는데,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파리정치학교(시앙스포)만 나왔다 하여 예외적인 존재로 치부됐다고 한다. 국립행정학교와 파리정치학교 졸업생들은 관료로 성장하거나, 졸업 직후 대통령실, 총리실, 감사원 등 힘 있는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20대 후반~30대초 정치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내면 30~40대에 장관이나 총리를 지낸다. 심지어 마크롱 대통령처럼 30대 후반에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경제계도 그랑제콜 출신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상위 40개 기업 CEO들의 80%가 파리고등상업학교, 종합기술학교, 국립행정학교 출신이다.
당연히 그랑제콜 출신들간에는 일종의 마피아 같은 연대의식이 형성되어 있다. 서로 간에는 ‘동무’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프랑스 대학의 경쟁력에 대한 반성이 나오면서 대학을 통합해 명문대학으로 키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파리5대학(데카르트), 파리 7대학(디드로), 파리물리연구소는 파리대학으로, 파리4대학과 파리6대학은 소르본대학으로 통합됐다. 그르노블 1,2,3대학, 그르노블국립건축학교, 그르노블폴리테크닉, 그르노블정치학교는 그르노블-알프스대학으로 통합됐다. 이런 일련의 통합작업은 결국 68혁명의 소산인 대학평준화가 실패했다는 반성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입력 :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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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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