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트남 하노이의 아침 모습이다. 사진=조선DB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가 급등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위기에 대응하고 있을까. 이란 전쟁 발발 80일이 되었다. 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재택근무, 주4일제, 학교 휴교, 연료 통제까지 사실상 ‘에너지 전시 체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 크게 의존해온 아시아 경제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파키스탄, 2주간 휴교
가장 충격이 큰 나라는 파키스탄이다. 현지 일간지 《Dawn》을 인용한 국제 보도들에 따르면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필수 부문을 제외한 공공부문 직원의 절반은 재택근무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기관은 은행을 제외하고 주4일 근무 체제에 들어갔고 전국 학교도 2주간 문을 닫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연료 사용 감축과 공공지출 절약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방글라데시 분위기는 더 절박하다. 현지 매체 《The Daily Star》는 “이란 전쟁이 방글라데시 경제를 지진처럼 흔들 수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정부는 대학 조기 휴교와 연료 판매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알자지라는 “방글라데시가 에너지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 다카에서는 주유소 앞 긴 줄이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방글라데시 경제 핵심인 의류 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터키 아나돌루통신은 “해상 운송 지연과 에너지 비용 급등이 수출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농촌 지역에서 디젤 부족으로 벼농사 관개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원격근무 확대
동남아 국가들도 긴장 상태다. 베트남 정부는 국민과 기업에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함께 연료를 절약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지에서는 원격근무 확대와 냉방 제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 역시 공공기관 재택근무 확대와 절전 정책에 들어갔다. AP통신은 태국·필리핀·베트남 등이 연료 배급과 보조금 축소, 근무시간 조정 등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관광산업과 물류비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만, 원전 재가동 논쟁
반면 일본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대규모 전략 비축유와 러시아·중앙아시아 공급망을 활용해 시장 충격을 통제 중이다. 다만 일부 도시에서는 주유소 대기열과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정부는 연료 가격 인상을 억제했다.
일본은 대규모 전략비축유 방출과 보조금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과 한국, 대만 등이 LNG 부족을 메우기 위해 다시 석탄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사실상 ‘석탄의 귀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의 약 70%, 천연가스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대만은 반도체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첨단산업 방어형 위기 대응’에 들어갔다. 정부는 전략 비축유 관리와 산업계 절전 조치에 나섰고, 현지에서는 원전 재가동과 석탄발전 연장 논쟁도 다시 커지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국제유가 상승이 아니라 “아시아 경제 구조 자체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본다. 국제사회에서는 벌써부터 “21세기판 오일쇼크”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