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해외 AI 도입 시 데이터 주권 확보해야

워랩, 영국 공군 장성 출신 AI 전문가 초청해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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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군사 전문 플랫폼 워랩(WarLab, 대표 천종웅)이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 ‘적대 세력의 AI 역량을 압도하는 전략(Strategy to Outmanoeuvre Adversarial AI Capabilities)’을 주제로 대담했다.


이날 강연자는 영국 공군(RAF) 준장 출신으로 현재 미국계 기업 밴티크(VANTIQ)에서 활동하는 닉 브레이(Nick Bray) 글로벌 국방 부문 부사장이다. 영국 국방부(UK DoD)에서 국제 전략·기획 및 국방 협력 분야를 총괄했다. 영국,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다양한 작전에 참여했다. 


이날 대담은 실시간 통번역 앱을 활용해 진행됐다. 


닉 브레이 부사장은 지상 전담 부대인 RAF 연대(RAF Regiment)에서 주로 복무해 공중전보다 지상전 경험이 더 많다. 영국군 시절 북한을 방문한 적도 있다. 2017년 군을 떠났다.


AI 시대, 속도에 기반한 상시 경쟁 체제


그는 AI 시대에는 ‘상시적 경쟁’과 속도가 핵심이며 AI 경쟁을 외면하면 불이익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AI가 다른 AI 체계(시스템)를 설계하는 시대입니다. 국가나 기업, 조직 차원에서 이 경쟁에 뒤처지면 회복 불가능한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영국, 미국, 한국 등 국가를 가리지 않습니다. AI 경쟁은 속도에 기반한 경쟁입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상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회색지대 작전(gray operation)’이라고도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스라엘-이란처럼 열전(熱戰, hot war)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상시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적대 세력은 이미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상황을 만들기 위해 AI를 활용해 상대 측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민간과 군대, 정부는 ‘AI 체계를 위기 시에만 활용하겠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밴티크는 AI를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대신 AI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통합시키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조직화)’ 전문 기업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수집→분석→실행 주기로 반복된다. CCTV·레이더·소나·라이다·음성통신 등, 이 각종 센서 데이터(정보)를 수집해 중앙 지휘통제 거점(Nord, 노드)으로 집약한다. 노드에서는 AI가 데이터를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실제 행동을 유발하는 실행 장치로 이어진다. 센서 수집→AI 분석→실행 장치 작동의 순환 구조다. 밴티크는 센서와 실행 장치 사이, AI 분석과 인간 판단이 만나는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돕는다.


“AI가 유효한 분야는 따로 있다”


일각에서는 전체 AI 서비스 중 약 86%는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밴티크는 이 원인을 ‘통합 부재’로 본다. 여러 AI 시스템과 기술을 하나의 오케스트레이션 체계로 묶으면, 단독으로는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스템도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밴티크는 이 오케스트레이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브레이 부사장은 “AI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도입하는 것은 낭비”라며 “기존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는데도 AI를 얹는 사례가 적지 않다. AI가 유효한 분야가 따로 있다”고 했다.


밴티크가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규모는 국가 단위부터 개인이 활용하는 장비 수준까지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통신기업 NTT 데이터와 함께 자율 판단형 AI 기반 전국 재난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미 공군에서는 장병이 착용하는 반지·시계 등을 활용해 항공 승무원의 신체 상태를 다음 임무 요구사항에 실시간으로 대응시키는 데 활용한다. 고(高) G 기동이 필요한 방공 임무에는 신체 상태가 최상인 조종사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처리 성능은 0.3초 이내 10만 건이다.


현장 연산 방식으로도 작동한다. 모든 연산이 클라우드나 원격 데이터센터가 아닌 장치—병사의 방탄복, 배낭, 항공기, 차량 내 서버에서 이뤄진다. 데이터가 외부(중앙 서버, 노드 등)로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왕복 지연이 없다. 적의 전자전 공격으로 통신 인프라가 마비돼도 작동한다.


엣지 기반 독립 운용


브레이 부사장은 ‘엣지(Edge)’에 기반한 임무 수행을 소개했다.


“현대 전장은 전방의 데이터를 즉각 처리하는 ‘엣지(Edge) 실시간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 야전 보병의 장비(Chest Rig)에 탑재된 소형 컴퓨팅 기기는 전장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사령부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에서 연산하는 엣지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개별 역량은 차량과 사령부 시스템으로 연결돼 외부 지원 없이도 완전히 독립적인 운용이 가능한 기반을 제공한다.


전장에서 수집된 엣지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갱신하며, 이는 지휘부의 의사결정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인다. 핵심은 지휘관이 설정하는 ‘선택적 자동화’ 수준에 있다. 자율성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기계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할지 아니면 직접 실행까지 담당할지는 지휘관의 판단과 임무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복잡한 전술 판단은 인간의 보조를 받지만, 정형화된 군수 업무 등은 기계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쓰는 AI, 敵도 사용


그는 AI 기술 발전이 양면성을 띠고 있다고 했다. 아군이 활용하는 기술을 적군도 따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병력 감소는 불가피하다. AI는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병사 한 명이 드론 최다 40대를 동시에 통제하고, 한 대가 격추되면 즉시 다음 드론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통신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드론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도 이미 구현됐다.


한편, AI로 인해 적대 세력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챗지피티(ChatGPT) 같은 AI로 작전 분석과 의사결정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미군·나토군 교리를 모르는) 한국군 장교도 AI에 ‘미·NATO 교리 7문항 분석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하면 몇 분 안에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테러리스트도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브레이 부사장은 팔란티어(Palantir)가 개발한 AI 기반 지휘 시스템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처럼 미국과 영국 등은 AI를 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국 군사 데이터를 외국 민간 기업(팔란티어 등)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일부 회원국은 데이터 주권 문제(국가 데이터 통제권 상실)를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핵심 군사 데이터를 외부 시스템에 넘기는 순간 국가 의사결정 권한도 함께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브레이 부사장은 한국의 방산 제조 역량이 AI를 활용할 때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 사례로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을 예로 들었다. 안두릴은 ‘래티스(Lattice)’ 플랫폼 위에 드론·무기체계·항공기를 얹어 운용한다. 장비 성능을 플랫폼이 구동하는 구조다. 한국도 세계적 수준의 방산 제조 역량에 AI 플랫폼을 결합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취지다. 


AI 활용으로 지휘 체계도 변화


그는 AI 활용으로 지휘 체계도 바뀌고 있다고 했다. 


“300명이 밀집한 사단 사령부나 연합 항공 작전센터(CAOC)는 개전 첫날 표적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다. 소수 인원이 AI와 함께 분산된 환경에서 지휘통제를 수행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여기 참모 15명이 모여 있다고 가정하자.) 우리(밴티크)는 지휘관 옆에 AI를 ‘16번째 참모’로 배치하는 개념을 제시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조회해 작전 선택지를 제시하고, 연료·탄약·후송 같은 군수 업무는 자율 처리한다. 최종 결정은 사람이 내린다.”


브레이 부사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AI 기반 시스템이 주로 소규모·국지적으로 활용돼 위계적 지휘 계통 대신 지휘관의 판단과 임무형 지휘가 작전을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교훈은 기존 전력 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위성, 미사일, 전차, 네트워크 기반 지휘 체계를 망라한 전력 구조도 전자전 앞에서는 무력화된다. 통신이 끊긴 환경에서도 분산·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능력이 현대전의 핵심 요건으로 부상했다”고 했다.


밴티크는 일본과 협력해 AI를 활용한 국가 재난 관리 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밴티크와 NTT데이터가 함께 구축한 ‘레실리오(Resilio)’ 시스템은 현재 일본 33개 도·도·부·현에서 가동 중이다. 교통·기상·온도·압력 센서 등 전국 센서망을 하나로 묶어 지진·쓰나미 발생 시 최초 대응자, 군, 병원, 기업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AI로 뉴스 분석 후 정보전 대응


그는 AI를 활용한 실시간 뉴스 분석과 신뢰성 검증으로 정보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핵심은 뉴스 기사 집계와 분석이다. 데이터 산포(散布)가 큰 환경에서 AI는 출처 신뢰도를 먼저 확인해 화이트리스트를 관리한다. 확보된 범위를 벗어난 정보가 유입될 경우 뉴스 맥락을 추가 파악해 실제 상황을 규명한다. LLM(대형언어모델)은 모호한 정보에 대해서도 ▲가짜 ▲무관련 ▲관련 있음 등의 판단 근거를 설명과 함께 제시한다. 최종 대응은 사람이 AI의 설명을 검토해 결정하는 구조다.


러시아 항공기가 영국 해안을 비행하는 행위가 영국 대중이 끼치는 영향이나 북한·중국의 항공기가 한반도 주변을 비행할 때 한국인 보이는 반응과 정부 의사결정에 끼치는 정보적 효과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아군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별하고 최적의 조치를 권고한다.


이와 같은 사례로 NATO 32개국이 도입하는 ‘메이븐 커맨드(Maven Command, 상황 가시화·작전 지휘·결심 지원)’가 있다.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 MSS, 데이터 수집·객체 식별·분석)’이 위성, 센서, 드론 정보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하는 데이터 처리하면, 메이븐 커맨드는 MSS의 분석 결과를 지휘관이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작전 지휘 인터페이스(Front-end/UI)다.


메이븐 커맨드는 물리적·디지털 세계의 행동을 통합 추적한다. 적 항공기가 레이더에 탐지되면 시스템은 즉각 적의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 권고안을 도출한다. 자국 항공기 출격과 동시에 정부는 사실 확인 정보를 유포하는 식이다. 군사 행동과 정보 대응이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돼 적의 선전 효과를 차단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AI 활용


브레이 부사장은 “러시아의 AI 역량은 ‘국가 비상사태’와 ‘생존’이라는 우선순위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매주 4만 대 규모로 드론을 생산하는데, 여기에 기초적인 수준인 AI를 탑재해 실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방 기술력보다 정교함은 떨어질 수 있으나, 방대한 드론 군단을 운용하는 지휘통제 구조에 AI 시스템을 결합해 상당한 공세 역량을 확보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NATO와 미국의 기술 지원을 통해 러시아에 맞선 AI 무기 체계 및 전술 시험장 역할을 수행하며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는 “장기적 정보·경제 지배 전략에 기반해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목표를 지향한다. 직접적인 군사 충돌보다는 정보, 경제, 군사 지배력을 아우르는 ‘전 영역 작전(All-domain operations)’ 개념에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신제품 설계와 경제 환경 분석 등 소프트 파워 강화에 AI를 투입해 서방보다 빠른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하드 파워 중심의 미국과 달리, 군사력을 기반으로 조용히 소프트 파워를 확장해 대외 강압과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차이점을 보여준다.”


한국군, AI 도입 시 데이터 주권 확보해야


브레이 부사장은 한국군이 해외 기업의 AI를 도입할 때 종속성을 피하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군이 해외 AI 기술을 도입할 때 핵심 쟁점은 팔란티어나 안두릴 같은 특정 기업 시스템에 대한 종속성 해결이다. 기존 대형 업체들은 일체형(All-in-one) 시스템을 강제해 자사 제품만을 사용하게 하거나 과도한 운용 비용을 요구하는 등 한계가 있다.”


그러면서 “밴티크는 개방형 구조를 채택해 A사, B사 등 제조사가 다른 드론과 무인 기계들을 통합 오케스트레이션(통합) 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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