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건도 관철 못한 오세훈의 '배수진'...'4선 현직'의 공천 신청이 선당후사?

'협상 실패 후 자진 철수'를 '희생'으로 포장하는 '자기 합리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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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버틴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민에 대한 책임감과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애초 기한인 8일을 넘기고, 추가 접수일인 12일에도 국민의힘에 서울시장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9일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 의원 일동' 명의로 소위 '절윤 결의문'을 낸 직후에는 '환영한다'는 입장과 함께 자신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각오를 밝혔던 오세훈 시장은 이후 '절윤 결의문'과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한 당직자 정리 등을 비롯한 인적쇄신과 사실상 장동혁 대표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혁신선대위 조기 출범' 등의 '실천 방안'을 조건으로 내걸로 '벼랑끝 전술'을 이어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에 사실상 응하지 않았고, 이정현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추가 접수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오세훈 시장의 공천 신청을 압박했다. '버티기'를 하면서 요구한 조건이 단 하나도 관철되지 않고, 그와 유사한 내용으로 합의안이 도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과연 '수도권 민심'의 대변한다는 식으로 자임했던 오 시장의 공천 신청 여부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만일 오세훈 시장이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당 안팎에서는 '오세훈에 대한 피로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또 스스로 먼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되,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배수진'의 협상력을 깎아먹는 메시지를 내놓은 까닭에 그에게 '유리한 퇴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승자박'과 같은 구조를 만든 탓인지, 그 전에 '오세훈 측 관계자'들이 언론에 얘기한 '중대결단' '공천 신청 불가' 등의 주장과 달리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 공천 신청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1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국민과 보수 진영에서 저에게 보내주신 사랑과 지지를 생각하면, 말로 다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 기대와 신뢰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서울시민에 대한 책임감과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의 정치 인생에 있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서울시장직을 내건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구축한 '배수진'에서 단 하나의 실질적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스스로 철수하는 상황에 대한 일종의 '자기 합리화'에 가깝다는 비판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4선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이가 서울시장 공천 신청을 하는 걸 놓고 '선당후사'라고 스스로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수용되기 어려운 행태라는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다. '선당후사'는 오 시장이 자신의 '희생'을 주장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공천 신청을 하는 게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이란 뜻을 가진 '희생'에 해당하는가. 오 시장이 협상 실패 후 자진 철수를 하는 게 어떻게 '희생'이 될 수 있을까. 

 

오세훈 시장은 이어서 "안타깝게도, 장동혁 대표와 지도부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극우 유튜버들과도 절연하지 못한 채 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분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장동혁 대표가 일부 극우 유튜브 채널, '윤석열 어게인'과 같은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는 당내의 소위 '강성 지지층'에 의존해 정당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는 일각의 주장도 아니고, 어제오늘의 지적도 아니다.  그가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가 됐을 때부터 줄곧 제기됐던 사안이다. 

 

그 기간, 오세훈 시장은 과연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왜 오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주자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지기 시작한 2025년 11월말부터 '당의 계엄 사과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노선 전환'을 주장했을까. 

 

한편, 오세훈 시장은 '배수진'을 자진 철회하면서 장동혁 대표를 향해 "지금 지도부의 모습은 최전선에서 싸워야 할 수많은 후보들과 당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는 "무능을 넘어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동혁 지도부가 혁신 의지를 포기한 채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서울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겠다"며 "서울을 혁신의 출발점으로 만들겠다. 서울에서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서울에서 시작한 변화로 당의 혁신을 추동하고, 비상대책위원회에 버금가는 혁신 선대위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각오로 후보 등록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이 얘기하는 '혁신'의 출발이 '절윤'이라고 한다면, 오 시장은 대체 그간 어디서 또 뭘하다가 지금 와서 '서울에서부터 변화를 시작' '서울을 혁신의 출발점으로' '서울에서 보수 재건' 같은 소리를 이제 와서 하는 것일까. 

 

장동혁 대표는 그간 줄기차게 '절윤'에 대한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정치권에서 장 대표가 '절윤'을 할 거라고 보는 이는 애초부터 사실상 없었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정치권 경력을 쌓은 '4선 현직' 서울시장이란 이가 그 정도의 정무적 판단과 전망도 하지 못했다는 얘기인가. 또는 서울시 공무원 직함을 달고 있거나 외곽에 있는 '참모'란 이들의 수준도 그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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