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서의 성취만큼 인격의 깊이가 함께 자라길 바란다"

한국 야구계의 거목 이만수 전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딴 상(賞)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포수와 홈런상으로 나뉘어 수여되는 '이만수 포수상·홈런상'이 올해로 9년째를 맞으면서, 이 상을 통해 그가 추구해온 한국 야구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다.

이 전 감독은 최근 SNS를 통해 시상식을 앞두고 소회를 밝혔다. 22일 KBO 강당에서 열릴 올해 시상식을 앞두고 기자가 그에게 연락해 포수상과 홈런상의 의미와 소감을 물었다. 이 전 감독은 "단순한 시상의 의미를 넘어 한국 야구의 근간을 바로 세우려는 마음에서 이 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포수상 홈런상 만든 이유

포수상 제정의 배경은 오래전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포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가장 기피하는 자리였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특정 포지션으로만 쏠림 현상이 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포수라는 축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그 흐름을 바로잡고자 포수상을 만들게 됐습니다."

홈런상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알루미늄 배트에서 나무 배트로 전환되던 시기, 아마추어 야구에서 홈런이 사라지다시피 한 현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전 감독은 "단타 위주의 타격이 당연해지면서 대형 타자가 자랄 토양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라면 한국 야구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홈런상의 출발점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나무 배트로도 한 시즌 여러 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 전 감독의 책임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좋은 포수와 강타자를 찾기 위해 올해도 전국 대회장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프로 스카우트와 아마추어 지도자들에게 자료를 받아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과 태도를 꼼꼼히 들여다봤어요."

◆ 역대 이만수 포수상·홈런상 수상자

연도 | 이만수 포수상 (학교/현 소속팀) | 이만수 홈런상 (학교/현 소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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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김형준 (세광고 → NC 다이노스)   | 한동희 (경남고 → 롯데 자이언츠)

2018 | 김도환 (신일고 → 삼성 라이온즈) | 변우혁 (북일고 → 한화 이글스)

2019 | 강현우 (유신고 → KT 위즈)         | 안인산 (덕수고 → 한화 이글스)

2020 | 손성빈 (장안고 → 롯데 자이언츠) | 박찬혁 (북일고 → 키움 히어로즈)

2021 | 허인서 (효천고 → 한화 이글스)    | 김범석 (서울고 → LG 트윈스)

2022 | 엄형찬 (경기상고 → 캔자스시티)  | 김영우 (광주동성고 → 두산 베어스)

2023 | 이상준 (경기고 → KIA 타이거즈)  | 정우주 (서울고 → 두산 베어스)

2024 | 이율예 (강릉고 → SSG 랜더스)    | 함수호 (대구상원고 → 삼성 라이온즈)

홈런왕 시절의 이만수 감독

풍기홍삼상회·조아제약·인도네시아 신화인솔·매직캔·헐크파운데이션...

그에게 중요한 것은 뛰어난 기록이 아니었다. "한국 야구의 내일을 이끌 재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이 해마다 더 깊어집니다."

아홉 해 동안 이 상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라왔다. 풍기홍삼상회·조아제약·인도네시아 신화인솔·매직캔·헐크파운데이션 등 후원 기관들의 역할이 컸다는 게 이 전 감독의 지적이다.

풍기홍삼상회는 수상 선수들에게 1년 치 건강식을 지원하고, 조아제약은 선수들과 부모님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신화인솔은 최고 품질의 글러브를 선사하며 꿈을 응원하고, 매직캔은 시상식 참석자 모두에게 정성 어린 선물을 준비한다. 헐크파운데이션은 매년 두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그들의 도전을 함께 붙든다.

이 전 감독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마음을 모아준 모든 기관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라운드 성취만큼 인격의 깊이가 함께 자라길"

상 수상자들을 향한 당부는 명확했다. "그라운드에서의 성취만큼 인격의 깊이가 함께 자라길 바란다는 것, 받은 응원을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이는 헐크파운데이션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과도 맞닿아 있다. 그것은 '야구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아홉 해의 시간이 쌓이면서 이 상은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갖기 시작했다고 이 전 감독은 평가했다. 한 번의 포구, 한 개의 홈런, 그리고 한 해의 성장이 모여 새겨지는 두 이름은 한국 야구의 내일을 비춘다.

"또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두 이름이 같은 자리에서 다시 빛날 것입니다. 포구와 스윙의 기록 속에 조용히 쌓여온 이 아홉 해의 시간. 그 축적이야말로 한국 야구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걸어갈 힘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